5번째 출전한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1차전 승리를 거둔 SK가 16일 2차전 선발로 '큰 이승호(등번호 37)'를 예고했다. 1차전에 김광현이 선발로 나서면서 2차전 선발은 카도쿠라가 아니겠냐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의외의 카드다.
김성근 감독은 15일 1차전서 삼성을 9-5로 물리친 후 인터뷰에서 이승호를 선발 예고했는데, '왜 큰 이승호가 선발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승호가 키가 커서"라고 말하며 농담으로 받아 넘겼다.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페넌트레이스 16경기에서 2승(구원승) 무패 평균자책점 2.03이라는 괜찮은 기록을 남긴 이승호지만 카도쿠라에 비하면 선발 경험이나 구위 면에서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야신' 김성근 감독은 어떤 의도로 이승호를 2차전 선발로 내보내는 것일까.
일단 이승호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깜짝 카드라도 초반부터 얻어 맞으며 기세를 내줄 투수를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로 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승호가 삼성을 상대로 3경기 5이닝 동안 1실점만 하며 1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1.80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최근 구위도 괜찮다고 김성근 감독은 판단한 듯하다.
한편으로는 이승호가 5이닝 안팎을 책임지는 통상적 의미의 선발투수라기보다는 '맨 처음 등판하는 투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이닝 정도 짧게 던지게 하고 다른 투수로 교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합류한 외국인 투수 글로버나, 시즌 막판 선발 시험을 거친 '작은 이승호(등번호 20번)'가 바통을 이어받아 긴 이닝을 소화하게 할 수도 있다.
김성근 감독이 1차전 경기 전 "글로버는 선발일지 중간일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에 비춰봤을 때 글로버의 존재가 2차전 이승호 깜짝 선발 카드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2차전을 불펜승부로 끌고가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두산과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가는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삼성의 지친 불펜을 염두에 둔 것. 1차전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 삼성 불펜을 SK의 불펜진이 맞상대한다면 카도쿠라를 아끼면서도 2차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야신'의 계산이다.
설령 이승호 선발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 초반 실점으로 승기를 내줘 2차전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18일 대구에서 열리는 3차전에는 아껴뒀던 카도쿠라를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의 주도권을 계속 잡아나갈 수 있다.
2년만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야신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과연 '큰 이승호'는 어떤 투구로 김성근 감독의 구상을 도울 수 있을까. 2차전 '큰 이승호' 카드에 맞서는 삼성의 선발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차우찬이다.
조이뉴스24 문학=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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