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도 '캡틴'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태극마크 반납 의지에 대해 적잖이 놀랐다.
17일 서귀포 시민구장에서 전술훈련에 열중한 대표팀 분위기는 평상시와 똑같았다. 김주영(경남FC)이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낙마했지만 대표선수들은 흐트러짐없는 자세로 땀을 흘리며 생존경쟁을 이어갔다.
그래도 박지성이 2011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 은퇴하겠다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접한 선수들은 숙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등 향후 전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포스트 박지성'이 될 자원들로 꼽힌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윤빛가람(경남FC)의 부담도 상당했다. 이들은 벌써 동료들로부터 "어이 산소탱크!"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겸손함'으로 가득한 구자철은 자신에 몰리는 관심에 대해 무덤덤해 하면서도 '제2의 박지성'에 대해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런 말들이 나를 나태하게 만들 수 있다. 내 꿈을 향해 나가겠다"라며 스스로 냉정을 찾는데 주력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기성용, 윤빛가람과는 상호협력을 통해 한국 축구 발전을 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같고 또 다른' 이들은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구자철은 "둘과 같이 뛰는 장면을 꿈꾼다. 향후 10년간 이들과 같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구자철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1의 구자철이 되고 싶은데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동료와 경쟁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팀플레이가 개인을 살리는 길임을 알았다고 전했다.
윤빛가람 역시 박지성의 대체요원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룸메이트인 지동원과 지성이 형의 은퇴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놀랐다"라고 입을 열었다.
박지성의 대체재 역할에 대해서는 "(박지성과는) 스타일이 다르고 경험에서도 밀린다"라며 비교하는 것 자체가 고마우면서도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패스를 주무기로 하는 자신과 왕성한 활동량에 멀티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박지성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구자철이나 기성용이 좀 더 비슷하다. 나는 아닌 것 같다"라며 성장할 시간과 경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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