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가 김시진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 대표는 체면을 벗어던지고, 솔직한 심경과 함께 평소 김 감독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놨다.
이장석 대표는 1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넥센 창단 시절부터 겪었던 힘겨움과 대표로서 품고 있는 향후 구단 비전까지 얘기하면서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속마음을 내비쳤다. 특히 김시진 감독과 선수단에게는 "든든히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했다"고까지 언급했다.
평소 이장석 대표는 술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는 한두 잔씩 반주를 곁들여가면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2008년 창단 당시의 힘겨움과 기존 구단들의 깔보는 시선, 경험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던 야구단 행정까지 이 대표는 창단 첫 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변명없이 인정했다. 한 구단의 대표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대표는 현실의 벽이 생각보다 거대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프로야구의 산업화를 꿈꾸던 이 대표에게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대기업의 지원이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다가왔음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3년간의 구단운영 경험이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잘못 경영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향후 내가 실패한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산업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고 넥센의 성공적인 정착이 단순히 한 구단의 존망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특히 이 대표는 김시진 감독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제대로 된 지원 없이 팀을 이끌어준 사령탑에게 이 대표는 구단의 운영주체로서 "참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해줘야 할 지원이 100이라고 한다면 사실 난 5밖에 지원해주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성적을 바랄 수 있겠느냐. 그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만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위권에 머문 팀성적의 책임을 본인의 탓으로 돌렸다.
이 대표는 "올해 6위 정도만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정해진) 성적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다. 정정당당한 지원을 해주고, 그에 따른 성과를 올리는 당연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 다른 팀들에게 (지원이 적은)'넥센도 이렇게 하는데...'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정당성을 가지고 싶다"고 속에 있는 생각을 내뱉었다.
화제는 김시진 감독의 재계약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올 시즌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김시진 감독을 두고 이 대표는 "재계약을 해주시면 우리는 감사하다. 김 감독님을 좋아한다"며 일찌감치 '러브콜'을 보냈다.
이 대표는 2013년을 넥센의 중흥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그 때쯤이면 손익분기점을 완전히 넘을 것 같다. 2013년에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게 지원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장기적인 전망과 함께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이날 이 대표는 한 구단의 대표로서 다소 꺼내기 힘든 얘기까지 건네면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힘들었지만 이제는 자신있다!' 이 대표는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떠난 뒤에야 마음 편히 술 한잔을 들이킬 수 있었나 보다. 넥센 선수단은 13일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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