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군단' FC서울은 이제 없다, 하지만…

2010 K리그. FC서울을 만나는 상대 감독들은 하나같이 서울의 스쿼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베스트 11은 물론이고, 후보 선수들까지 거의 대부분이 국가대표급 멤버였다. 한 감독은 "서울 멤버를 보면 이질감이 생긴다.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만큼 서울의 스쿼드는 화려했다. 베스트 멤버는 거의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를 지낸 적이 있거나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선수들이었다. 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 정조국, 이승렬, 김치우 등이 후보로 밀려나는 경우도 생겼다. 가히 2010년 서울은 K리그 최고의 스타군단이었다.

하지만 2011년 더 이상 스타군단 서울은 없다. 서울 공격의 '핵' 정조국이 프랑스로 떠났고 김치우와 최효진이 상무에 입대했다. 우즈베키스탄 '영웅' 제파로프는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태고 수비수 김진규 역시 중국으로 향했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2010 서울의 베스트 멤버 중 거의 절반이 서울을 떠난 것이다.

그렇다고 구단이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도 않다. 서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서울에 거물급 영입은 없을 것이다. 구단 예산은 그대로고 선수들을 살 여유가 없다. 지금 있는 멤버 그대로 2011년 시즌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우승 멤버를 내보냈고, 새로운 영입도 없다. 많은 이들이 그래서 2011년 '디펜딩 챔피언' 서울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K리그에서는 흔히 우승 후유증을 겪기 마련이다. 우승 멤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 서울에도 닥친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감독과 선수들은 K리그 2연패를 자신하고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열망을 드러냈다. 전력 보강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스타군단의 화려함보다는 조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다. 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신예들이 새로운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황보관 서울 감독은 "전력 공백이 있지만 기존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또 유능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ACL과 K리그, 컵대회를 같이 하려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전력을 극대화 시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캡틴' 박용호(30)는 "선수들이 많이 나가서 아쉽다. 전력의 50% 이상이 빠져나갔다. 특히나 김진규가 아쉽다. 내 파트너였고 수비의 한 축이었는데 굉장히 아쉽다. 하지만 서울에는 좋은 자원들이 많이 있다. 지난 시즌에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가 간다면 제2의 김진규, 최효진, 정조국이 등장할 것이다. 그 친구들이 성장하면 서울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용호는 "이제 서울은 '선수빨'이 아닌 조직력과 팀 컬러로 승부를 할 것이다. 선수들이 많이 빠졌지만 올해 성적과 흥행에서 자신이 있다. 지난 시즌 성남이 보여줬던 것처럼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1년 스타군단 서울은 없다.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화려함은 버렸다. 대신 조직력과 신예들의 잠재력을 품고 다시 한 번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