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 사이에서 대전 시티즌의 공격수 박성호(29)는 '박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박지성과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멘토 역할을 했던 공격수 뤼트 판 니스텔로이(함부르크SV)에 빗대 만든 별명으로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반반씩 섞여 있다.
박성호는 2001년 안양 LG에 입단해 가능성을 크게 평가받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다 2006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하고 나서야 서서히 꽃을 피웠다. 187cm의 장신이라는 하드웨어는 그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골문 앞에서 실수 연발인 그를 두고 안타까움의 탄식과 함께 '박니'라는 별명이 따라왔다. 이에 자극받았는지 박성호는 해가 갈수록 좋은 능력을 뽐냈고, 2008년 대전으로 이적해 대표 공격수로 자라났다. 2009년에는 9골 2도움을 해내며 프로 데뷔 후 역대 최다골을 넣었다.
지난해에는 15경기만 뛰고도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일본 J리그 베갈타 센다이로 임대돼 활동하기도 했다. 계속 대전에 남아 있었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겠지만, 자금부족에 시달렸던 팀을 위해 6개월을 밖에서 봉사하고 돌아왔다.
대전으로 컴백한 그에게 '주장'이라는 중책이 부여됐다. 부평고 시절 잠시 경험을 해본 게 전부인데다 우리 나이로 서른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점에 차는 주장 완장이라 무게감은 상당했다.
대전의 평균 연령은 예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경험도 부족해 이들을 이끌고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기에는 너무나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리더십을 발휘해 객관적으로 어렵다고 평가받는 일을 해내도록 돕는 것이 주장의 몫이다.
박성호는 "지난해는 확실히 자신이 있었다. 선수 구성도 괜찮았고 생활하는 부분도 좋았다. 그러나 올해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3년차 미만의 선수가 70~80%나 되고 처음 동계훈련을 접하는 이들도 있다"라며 냉정하게 팀을 분석했다.
대전의 남해 전지훈련에는 총 42명이 참가 중이다. 이들 중 테스트를 받고 있는 연습생이 7~8명 안팎이다. 가능성을 발굴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 팀의 중점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성호도 "나 역시 팀에 적응 중이다. 처음에는 신인 선수들의 이름도 잘 몰랐었다"라고 말했다.
서서히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맞춰가고 있는 팀을 바라보며 박성호는 올 시즌 왕선재 감독이 내세우는 '실리축구'에 맞춰 목표를 소박하게 세웠다. 강팀보다 비슷한 전력의 팀을 상대로 확실한 승점 3점을 버는 전략이다. 그는 "10위 안으로의 성적을 유지해야 6강도 도전할 수 있다"라며 13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의 기억을 반드시 벗어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2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는 "팀과 개인이 잘 되게 공존하며 원하는 목표를 이루겠다"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잘 되면 FA컵 우승까지 도전하겠다는 것이 '주장' 박성호의 생각이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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