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분위기메이커' 이혜천이 첫 실전피칭에서 주어진 임무를 초과달성했지만,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본인 뜻대로 제구 및 힘조절이 잘 안된 탓이다.
이혜천은 18일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가모이케 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연습경기서 선발등판해 3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총 35구를 뿌린 이혜천은 직구(139~143km), 체인지업(128~131km), 슬라이더(128~132km)를 골고르게 배합하며 포수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초반 롯데 타선 봉쇄에 성공했다. 당초 2이닝만 소화할 계획이었지만 투구수가 적어 3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경기 후 이혜천은 찜찜한 기색을 드러냈다. 스스로 힘배분을 잘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큰 것이다. 또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지만, 이 역시 롯데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에 도움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실제 정교한 볼 컨트롤이 뒷받침된 결과는 아니라는 얘기.
이혜천은 1회초 김주찬, 손아섭, 조성환을 모두 파울플라이와 내야땅볼 처리하면서 맹투를 펼쳤다. 투구수도 11구에 그쳤다.
하지만 2회초 들어 다소 진땀을 흘렸다. 선두타자 이대호에게 3연속 볼을 던진 것. 다행히 이대호가 4구째 공을 건드려 투수땅볼로 처리했지만, 사실 이 공도 스트라이크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에도 이혜천은 곧바로 홍성흔에게 중견수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내주면서 쓴 맛을 봤다. 3회초에도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좌월 2루타를 허용하면서 불안감을 안겼다.
물론 주자 출루 후 신중한 피칭으로 모두 범타처리하며 무실점 피칭을 펼쳤지만, 이혜천은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투구 내용에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했다.
이날 양 팀 모두 실전을 방불케하는 집중력을 선보였고, 이혜천 역시 단순히 연습경기라고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임했던 것이다.
경기 후 이혜천은 "첫 실전등판이라 긴장해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 생각보다 좋은 피칭을 못한 것 같다"며 "선발로서 (최소) 5회까지 불배합을 잘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1회는 잘던졌지만, 이후에는 조절을 잘 못했다"고 무실점 투를 펼치고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이혜천은 "(양)의지가 볼을 낮게 낮게 요구했는데, 계속 높게 들어갔다"며 스스로 제구력에도 낙제점을 줬다.
사실 이날 이혜천의 피칭이 스프링캠프 첫 실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윤석환 투수코치도 "2년간 국내무대 공백이 있었는데, 상당히 희망적이다. 직구 구속도 괜찮고, 제구력도 좋아졌다. 특히 슬라이더 제구력이 좋았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2011년 팀의 우승을 위해 '올인'을 선언한 이혜천. "컨디션 조절을 잘해 최고의 몸상태로 개막전을 맞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 그는 '만족'을 모른채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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