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가시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두 감독의 만남을 전해들은 익명의 대한축구협회 A기술위원은 "양쪽의 요구 사항이 모두 일리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회택 위원장님도 머리가 아픈 상황"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 2일 조광래(57) A대표팀 감독과 홍명보(42)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중재로 만남을 가졌다. 올해 A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9월부터 치르고, 올림픽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 예선을 6월부터 시작한다.
일정 자체만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소집 시기가 일부 겹친다. 지난달 터키와의 평가전을 기준으로 봐도 구자철(22, 볼프스부르크), 기성용(22, 셀틱) 등 10명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양 쪽에 걸쳐있다.
두 감독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양 팀의 발전을 위한 공감대는 형성했다"라고 말했다. A대표팀 차출 우선 원칙을 제시한 조중연 회장과 이회택 기술위원장의 결단에 일단 수긍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때문에 두 감독의 개인적인 감정 문제만 해결하고 궁극적인 해법은 찾지 못한 만남이 아니냐는 의문이 터져나왔다. 대한축구협회가 확실하게 갈등의 불씨를 끌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성인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진행하면서 젊은 선수 위주로 팀 개편이 된 것이 결과적으로는 올림픽대표에 영향을 미친 것이 맞다"라고 진단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 2년간 팀을 만들며 주장으로 선임했던 구자철의 예를 들며 "우리는 캡틴을 잃었다"라고 표현한 것도 인정했다.
그렇지만 "감독 고유의 선수 기용이나 팀 운영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대표팀의 최상위가 A대표팀이라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한국적인 사정도 고려돼야 하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어 쉽지가 않다. 축구협회에서도 묘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기술위원도 이 고위 관계자의 말에 수긍하면서 "병역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축구협회가 나서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 부분만 해결이 된다면 올림픽대표팀의 성격을 달리 가져갈 수 있다. 해외파를 마구 소집할 일도 사라진다. 그저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공로로 당시 대표팀의 병역 미필자들이 전원 혜택을 받았다. 이후 타 종목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이 제한됐다. 때문에 병역 의무가 없는 다른 국가와 달리 선수들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허투루 생각할 수 없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주영(26, AS모나코)이 와일드카드로 팀을 설득해가며 나섰던 이유 중 하나도 병역 해결이라는 문제가 깔려있었다. 한국이 3위에 머무르면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박주영의 상무 입대가 거론되기도 했다.
조중연 회장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뒤 병역혜택 문제를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병역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잠시 등 뒤로 숨어버렸다.
조광래-홍명보, 양 감독은 앞으로 K리그 등을 관전하며 새로운 자원 발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축구협회가 병역 문제를 비롯해 확실한 대표팀 차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당분간 쓸 데 없는 소모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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