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잘해낼 거야, 잘해내겠지."
요즘 들어 김경문 감독은 투수진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확실한 평가는 보류한 채 눈빛을 번뜩이며 지켜보고 있다. 분명 만족감에서 기인된 발언은 아니다.
시범경기 들어 두산은 5선발진을 구성, 로테이션 대로 투수를 등판시키고 있다. '우승청부사' 더스틴 니퍼트와 라몬 라미레즈를 비롯해 김선우, 이혜천, 김성배까지 김경문 감독은 전훈캠프에서 구상한 로테이션을 차례대로 운용하면서 1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완벽한 믿음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어 반드시 'V4'를 달성해야하는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찜찜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5명 모두 아직까지는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현역 메이저리거나 다름없어 LG의 '광속구' 투수 리즈와 함께 '대물용병'으로 평가받은 니퍼트는 도루 견제 부분에서 큰 숙제를 안았다. 지난 12일 첫 등판한 대구 삼성전에서는 4이닝 1실점 투로 만족감을 안겼지만, 18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4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5사사구 3실점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특히 4개의 도루 허용이 신경쓰인 대목. 이날 한화의 발빠른 주자들은 틈만 나면 뛰었고, 4차례 모두 성공했다.
당시 니퍼트는 "도루를 허용한 것은 전부 내 책임이다. 퀵모션을 신경쓰겠다"고 반성했고, 윤석환 투수코치도 "퀵모션이 조금 느린데 이를 수정해야한다"고 평가했다. 니퍼트로서는 해결해야 될 확실한 숙제를 안은 셈이다.
라미레즈는 더욱 불안하다.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첫 등판한 라미레즈는 4이닝 9피안타 4사사구 5실점으로 사실상 두들겨맞았다. 아직까지 구위 자체가 올라오지 않았고 투구밸런스도 좋지 못해 코칭스태프는 인상을 구기고 있다. 라미레즈가 싱커 등을 이용한 땅볼유도형 투수인 탓에 구속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전체적인 몸컨디션은 아직까지 기대 이하다.
'토종에이스' 김선우도 아슬아슬한 피칭을 선보였다. 17일 잠실 한화전에 등판한 김선우는 5이닝 6피안타 3사사구 1실점을 기록, 실점을 최소화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하지만 1회, 2회, 5회 세 차례나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며 위기를 맞아 불안감을 안겼다. 분명 두산의 토종에이스로서는 썩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없었다.
이혜천은 김경문 감독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13일 대구 삼성전서 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투로 완벽피칭을 과시했던 이혜천은 19일 잠실 SK전서는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3실점(2자책)으로 아쉬움을 안겼다. 물론 성적상으로는 만족할 만하지만 2회초 제구난조로 진땀을 흘렸다.
5선발로 유력한 김성배는 16일 사직 롯데전서 4이닝 8피안타(1홈런)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김경문 감독은 시범경기 전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했지만, 살벌한 롯데 타선 앞에서 김성배의 공은 통하지 않았다.
시범경기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투수로서는 개막에 맞춰 막판 몸컨디션을 조절하고 캠프서 장착한 새 구종 및 변화구를 시험해보는 경우가 많다.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며 포수와의 호흡도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우승에 목이 마른 두산의 경우 이런 행보가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수 년 간 선발진의 붕괴로 정규시즌 힘든 운영을 해야만 했고, 결국 고비에서 주저앉은 두산으로서는 선발진의 불안감 자체가 노이로제다. 야심차게 니퍼트를 영입한 것도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며 일본서 유턴한 이혜천을 끌어안은 것도 같은 맥락.
개막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는 해도 이제 두산의 선발투수들은 사령탑과 애간장을 태운 팬들을 위해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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