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V4'를 정조준하며 2011 시즌을 맞이한 두산. 겨우내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및 프런트는 "올해야말로 우승해야 한다"고 뜻을 모으며 세찬 담금질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단에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김 감독은 살벌한 내부경쟁을 예고했다. 우승 한풀이를 위해 두산은 그렇게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개막과 동시에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우승청부사'로 '제2의 히메네스'를 기대하며 데려온 용병 우완 라몬 라미레즈(29)가 형편없는 구위로 실망을 안긴 것이다. 시범경기 2경기(평균자책점 23.63)에 등판해 실컷 두들겨맞더니 2군 강등 후에도 경찰청에게 4.1이닝 5실점으로 주저앉았다.
더 볼 것도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라미레즈의 퇴출을 지시했다. 구단 측도 라미레즈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한 터라 감독의 요청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발빠른 행보다. 시범경기 2차례 및 2군경기 1차례 등판 결과로 두산은 새 용병 라미레즈의 퇴출을 확정했다. 개막 후 1군에 불러올려 한 두 차례 등판 기회를 줄 것으로 예견됐지만, 김경문 감독은 망설임없이 곧바로 라미레즈를 '해고'했다.
이는 올 시즌 두산의 우승 집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4월초 용병을 퇴출시키면, 대체용병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고, 여기서 제외된 선수들 중 어느 정도 기량과 가능성을 갖춘 선수는 당연히 빅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다. 높아진 한국야구의 수준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기대에 부응할 만한 용병 투수를 데려오기란 '하늘의 별따기'라 할 만하다.
현재 두산은 작년 12월 리스트업했던 선수 6명 중에서 대체용병을 물색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빠진 선수들이라고 해도 요즘에는 (데려오기가) 여의치 않다. 라미레즈가 이렇게 빨리 퇴출될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체용병 물색이 쉽지 않음을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산은 라미레즈를 미련없이 퇴출시켰다. 반드시 우승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무장한 김경문 감독과 두산으로서는 그에게 줄 마지막 검증 기회와 시간도 아깝다는 것이다.
라미레즈의 이른 퇴출, 두산의 'V4' 집념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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