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기자] 라얀 브론과 밀워키 브루어스의 빅딜은 브론의 작은 희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브론과 밀워키는 22일 계약기간이 올해를 포함해 5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2020년까지 총연봉 1억500만달러의 5년 계약 연장에 합의해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앞으로 5년이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먼 훗날. 브론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몸값이 어떻게 변할지도 짐작할 수 없는 먼 장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전격적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예상하지 못한 이변의 출발은 브론의 소박한 희망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메이저리그 선수로 키워준 밀워키에서 평생을 뛰고 싶다는 뜻을 지난 스프링트레이닝 기간 동안 구단주 측에 전달한 것이다.
이에 마크 아타나시오 구단주는 "브론 정도 되는 선수가, 그것도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인 선수가 그렇게 먼저 제안한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며 "우리도 무언가 수를 만들어야 했다"고 돌아보았다.
브론 정도의 특급 선수라면 5년 뒤 더 많은 돈을 받고 살기 좋은 고향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했을 텐데, 인구 300만명의 작은 중소도시 연고 팀에서 선수 생명을 다하겠다는 걸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일부에서는 브론이 첫 계약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조기 계약 연장 전략을 편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0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른 브론은 2008년 시즌을 앞두고 8년에 4천500만달러의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을 두고 일부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헐값계약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론은 "지금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계약을 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약은 순전히 팬과 구단에 대한 고마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믿고 성원해주는 구단과 팬들을 떠나고 싶지 않았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평생 원하는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마음에 계약 연장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밀워키 덕 멜빈 단장은 "브론이 먼저 그럴 이유도 없었고 우리도 그에 따를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어제와 오늘만을 보지만 브론은 자신이 좋아하는 구단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었다"며 결국 그의 뜻에 따라 계약이 이뤄졌음을 밝혔다.
실제로 밀워키 팬에 대한 사랑은 브론의 새로운 계약 내용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그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관철시켰고 밀워키가 자신의 연봉 때문에 선수 보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해 연봉 일부에 대해서는 지급 연기를 허락했다.
브론은 "밀워키에 남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이며 밀워키 선수로 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데뷔하자마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자리를 굳힌 브론은 올해도 22일까지 타율 3할5푼9리에 홈런 다섯 개, 타점 12개를 올리는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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