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 양승호 감독이 5월 위기론을 설파하며 강수를 뒀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마음을 먹고 코칭스태프 교체 및 마운드 개편까지 단행했다. 그 중에서도 양승호 감독이 주시하는 핵심인물들이 있다. 5월 들어 양 감독은 취재진에게 이들에 관한 얘기밖에 하지 않을 정도다.
양승호 감독이 5월을 위기라고 꼽은 것은 바로 팀 선발진이 붕괴된 탓이다. 겨우내 송승준, 장원준, 이재곤, 코리, 사도스키, 이용훈까지 6선발체제도 감안하고 있던 양승호 감독은 정작 시즌 개막 후 부진과 부상으로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지자 골머리를 앓았다. 이재곤과 이용훈은 부진한 피칭으로 고개를 떨궜고, 새 용병 코리도 체력 탓에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든 단점을 내비쳤다. 사도스키는 팔꿈치 및 옆구리 부상으로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모습을 감췄다.
4월말까지 사실상 롯데의 선발투수는 송승준과 장원준만이 제 역할을 해줬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양승호 감독은 수없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던 고원준을 선발로 기용하고, 코리를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전천후 요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선발 등판시 이닝을 길게 가져가지 않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코리를 계투요원으로 적극 등판시키겠다는 결단이다. 마무리는 집단협업 체제.
양승호 감독이 우선 고원준을 선발로 돌린 것은 급한 불부터 꺼야할 만큼 선발로테이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마무리 상황까지 가지도 못하고 초반부터 주구장창 실점하는 상황에서 '마무리 고원준'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와중에 코리가 선발로 나설 경우 4회부터 팔각도가 처져 제구가 높게 형성되는 단점을 노출한 터라 마무리 기용까지는 아니더라도 계투를 병행시키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부분에서 양승호 감독은 마음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사실 4월 중순 코칭스태프 쪽에서 (고원준 선발 및 코리 계투 변경 등과 관련해) 말이 나왔다. 그런데 개막 후 보름도 안가서 (투수 기용법을) 바꾸는게 감독으로서 자존심도 상했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 선발이 더욱 무너지면서 '이래서는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치열한 고민이 있었음을 전했다.
이외에 위기타개책의 핵심은 사도스키다. 사도스키는 부상으로 인해 지난달 30일 KIA전에서야 첫 등판(3이닝 무실점)할 수 있었다. 5일 사직 삼성전에서 두번째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해 양 감독에게 일단 안도감을 안겼지만, 내부적으로 한때 퇴출위기에까지 몰렸다. 아무리 검증된 용병투수라고 하더라도 개막 후 한 달 동안이나 등판을 미루고, 투구수까지 조절해줘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행히 사도스키가 부활투를 선보이면서 양 감독은 큰 걱정거리 하나를 덜었다.
신인 김명성 역시 양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는 수혈자원이다. 현재로서는 계투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지만, 선발전환 역시 상황에 따라 감안할 수 있는 선택이다. 올해 대졸신인 최대어로 꼽히는 김명성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아마쿼터 한 장을 거머쥐며 금메달 쾌거에 동참해 롯데 구단의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 1군의 벽을 실감하면서 자신감을 잃어 마인드 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해 2군에 머물러왔다. 이제서야 자신감을 되찾고, 제구까지 잡혀가면서 양승호 감독은 그를 1군 콜업했다. 김명성은 5일 저녁 서울로 떠나 6일부터 두산과 원정경기를 갖는 선수단에 합류했다.
양승호 감독은 "5월에 '-3'까지는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최소한의 목표치를 정했다. 당연히 목표는 승률 5할 달성이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위기의 5월을 치러내고 있다. 양 감독의 머릿속에 가득찬 위기 극복 시나리오. 현재는 고원준, 코리, 사도스키, 김명성이 타개의 주인공들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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