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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를 위한 111초 기립박수, 수원 '스토리가 힘이다'


[이성필기자]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렸던 지난해 3월 1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는 한 스타의 방문에 들썩였다.

다름 아닌 AC밀란(이탈리아)의 검붉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나선 데이비드 베컴 때문이었다.

200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베컴이 맨유를 떠난 지 7년 만의 귀환이었다. 베컴은 이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지만 후반 교체로 그라운드에 나서자 올드 트래포드의 모든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베컴은 맨유 소속으로 265경기에 나서 52골을 터뜨리고 프리미어리그 5회,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에 공헌한 맨유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팀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가 맨유에 남겼던 '스토리'를 존중하며 박수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K리그에서도 비슷한 일을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소는 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K리그 9라운드 수원 삼성-전남 드래곤즈의 경기다.

이날 수원은 1996년 창단부터 지난해까지 골문을 지켰던 이운재(38, 전남 드래곤즈)를 위해 경기 시작 전 111초 동안 기립박수로 친정팀 구장 방문을 환영할 예정이다.

기립박수에는 이운재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담겨있다. '미스터 블루'라는 별명을 달고 있던 이운재는 뼛속까지 파란피가 흘렀던 수원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343경기에 나서 358실점을 했고, 네 차례의 정규리그 우승에 함께 하는 등 수원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윤성효 감독 부임 후 '젊은피' 우대 정책에 따른 플레잉코치직 제의를 뿌리친 이운재는 전남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원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마침 '젊은피'의 상징이자 자신이 전남으로 이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현재 수원 수문장 정성룡(수원)과 첫 만남이라 화제성도 충분하다.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의 김일두 회장은 "최근 K리그는 옛 소속 선수에 대해 적대시하고 반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수원만큼은 이운재에 대한 존경을 담은 퍼포먼스를 펼치겠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기립박수뿐 아니라 이운재를 위한 걸개도 내걸린다. 기립박수를 치는 동안에는 대형 전광판을 통해 이운재의 수원 시절을 회고하는 영상이 노출될 예정이다.

다소 인위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수원은 '스토리가 있는 K리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많은 구단이 눈앞의 성적에 집착해 스토리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에서 과감히 벗어나겠다는 것이 수원의 뜻이다.

수원 구단 최원창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K리그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듣는 것은 스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수원의 경우 성적도 최고를 달려야겠지만 팬들이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K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 이야기가 있는 축구를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이미 수원은 지난 2009년 위암으로 작고한 故 신인기 명예기자를 위해 지난해부터 'NX100 신인기 포토제닉' 행사를 열어 추모하는 등 길지 않은 구단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야기는 경기 내용뿐 아니라 선수 개인, 팬 등 다양한 부문에서 뽑아낼 생각이다. 조만간 염기훈과 알렉산데르 게인리히가 록커로 변신하는 모습도 보여 화제의 중심에 선다는 계획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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