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장시간 회의를 거친 끝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놓은 대책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지난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16개 프로축구팀 단장단이 모인 가운데 불법 도박에 의한 승부조작 사태와 관련, 비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결과 스포츠토토의 대상 경기에서 당분간 K리그를 제외하고 전 구단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참가하는 1박2일의 전체 워크숍을 실시하는 등의 대책이 나왔다.
대한축구협회와 연계해 가칭 비리근절대책위원회의 상설화 및 자정을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도 내세웠고, 사법기관과 제휴해 부정방지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맹의 이런 대처에는 아쉽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불법도박의 실질적인 무대가 됐던 컵대회는 최근 2~3년 사이 1.5군 내지는 2군들의 경연장으로 전락했다. 컵대회 개선 방향이 꾸준히 논의되기는 했지만 매번 공수표에 그쳤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 없이,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대상에서 K리그 경기가 빠지고 단순한 교육 강화책만 내놓은 것은 실망스럽다. 각 구단 수뇌부가 모여 장시간 회의 끝에 내린 결론치고는 한심할 정도다. 각 구단의 성격과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빚어진 결과라 더욱 아쉽다.
연맹의 발표를 전해들은 A구단의 B고위 관계자는 "시-도민구단의 경우 스포츠토토 배당금이 유소년팀 운영에 사용되는 등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한다. (스포츠토토를) 중단해봤자 1~2라운드 중단이 전부일 것이다. 무한정 뺄 수 없을 것"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구단의 D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솔직히 우리 선수들 중 누가 (승부조작) 관여했는지 잘모르겠다. 이 기회에 연맹이 나서서 가담자들을 색출하는데 앞장서도 모자랄텐데 교육만 강화한다고 되겠느냐"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태가 불거졌으니 모여서 논의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으로 썩은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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