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지긋지긋한 '8연패'에서 탈출한 넥센 히어로즈. 연패 탈출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선수단과 팬, 벤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넥센은 27일 목동 LG전에서 4-3 승리를 거두고 8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 14일 LG를 6-5로 꺾은 이후 13일만의 승리였다. 천금같은 넥센의 승리 뒤에는 직접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수들, 그 선수들을 지휘하는 벤치,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를 사랑하는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 숨어 있었다.
이날 경기가 열리기 전 넥센 팬들은 떡과 쿠키를 홍보팀을 통해 선수단에 전달했다. 하나씩 정성스레 포장된 백설기 떡에는 '넥센 파이팅'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개별 포장된 쿠키에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함께 해당 선수에 대한 응원 메시지가 담긴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외국인 선수 알드리지에게는 영어로 쓰인 메시지가 전달됐고 통역과 코치들, 불펜 포수 등 선수단 전원에게 각각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팬들의 정성어린 응원과 함께 선수들 스스로도 연패 탈출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 전원은 주장 강병식의 제안으로 스타킹을 무릎 아래까지 올려 신는 일명 '농군패션'을 선보인 것. 경기 전 머리를 짧게 밀고 나온 강병식은 "오늘 지면 나머지 선수들도 따라할 것 같다"며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승리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넥센의 한 점 차 승리로 경기가 끝났고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되며 팀 연패를 끊은 김성태가 소감을 전했다. 김성태는 "사실 농군패션은 평소에 하지 않아 어색하고 창피했다"고 웃은 뒤 "(강)병식이 형이 워낙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와서 이겼지만 우리들도 따라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군패션과 짧은 머리. 선수단의 하나 되는 모습이 결국 연패를 끊을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벤치도 연패 탈출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했다. 경기 후반 던진 승부수가 성공을 거둔 것. 넥센 벤치는 4-2로 앞서던 8회초 송신영이 이병규에게 추격의 솔로포를 얻어맞고 바뀐 투수 오재영이 박용택을 안타로 출루시키자 곧바로 손승락을 마운드에 올렸다. 4-3으로 쫓긴 무사 1루, 동점 주자가 나간 긴박한 상황이었다.
손승락의 투입은 김시진 감독의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송신영은 강판시킨 상황. 경기 종료까지 잡아내야 할 아웃카운트는 6개나 남아 있었다. 손승락이 8회를 마무리한다 해도 9회초까지 2이닝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2010 구원왕이라고는 하지만 부상 공백이 있었던 손승락이다.
그러나 손승락은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8, 9회를 공 23개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안타와 사사구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퍼펙트 피칭이었다. 경기 후 김시진 감독은 "내일 (손승락을) 못 쓰는 한이 있더라도 9회까지 맡길 생각이었다"고 손승락 투입 당시의 생각을 전했다.
넥센은 팀 최다 연패인 9연패와 타이기록을 세우는 불명예 위기를 면했다.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선수-팬-벤치의 합작품이었다. 여전히 최하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넥센이지만 이날 승리를 계기로 순위 싸움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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