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예상치 못한 제자들의 오판에 대전 시티즌 왕선재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도 앉는 게 아니었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는지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조차 어려움으로 느껴졌다.
승부조작 혐의로 4명이 구속되고 4명이 추가 조사를 받은 뒤 맞이한 29일 K리그 12라운드. 전북 현대와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왕선재 감독은 승부조작과 관련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자신의 발언이 마치 K리그 전체가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마음에 그저 조용한 마음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선수들의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연봉이 적은 선수들이나 연습생 출신들이 돈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는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고도 전했다.
왕 감독은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교육을 완벽히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으로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5일 문제가 불거진 이후 2~3일 동안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고백한 그는 "어제서야 사우나에 갔다. 누군가가 안 좋은 시선으로 볼까봐 숨어 있고 싶었다"라며 프로축구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팬심을 외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벤치에서 어떤 방법으로 선수들을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경기에 가면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서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지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훈련하려고 애를 썼다. 차분해야 경기를 치를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우리팀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가 슬플 것 같다"며 신뢰도가 떨어진 K리그를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은 집중해서 경기를 치르겠다"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