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 정도면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롯데가 행복한 5월을 보냈다. 양승호 감독의 눈에는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지만, 롯데의 5월은 '대반격의 달'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프로야구 5월 일정이 거의 마무리됐다. 31일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사실상 8개구단 5월 성적표는 모두 나온 셈이다. 그 중 롯데가 우울했던 4월을 딛고 쾌조의 5월을 보내 눈길을 끈다.
지난 29일 광주 KIA전까지 5월 들어 22경기를 치러낸 롯데는 그 중 13승(8패 1무)을 수확했다. 승패차가 '+5'. 무승부가 승률 계산에서 빠짐에 따라 롯데의 5월 승률은 6할1푼9리에 달한다.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다. 단 한 달 만에 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고, 양승호 감독은 어느새 당당한 롯데의 감독으로 팬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개막 후 롯데는 부진에 허덕이면서 시즌 초반부터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4월 23경기서 거둬들인 성적은 7승 14패 2무. 그 결과 4월 말에는 승패차가 '-7'까지 벌어지면서 롯데는 7위까지 추락했다. 팬들은 신임 양승호 감독을 강도높게 비난했고, 양 감독은 식겁하면서 진땀을 흘렸다. 스마트폰 애용자인 그는 인터넷마저 끊었고,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하지만 진정한 위기를 맞아 롯데가 달라졌다. 한 마디로 빠른 변화가 그 비결이었다.
양 감독은 "5월이 대위기"라고 선언하면서 코칭스태프 교체를 단행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긴장하라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며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양 감독은 실패한 전략을 곧바로 수정하는 탄력적인 운영과 마무리 고원준과 선발 코리의 보직을 맞바꾸는 묘수를 펼쳐 롯데를 살렸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양 감독은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전준우 3루수, 홍성흔 좌익수라는 회심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대호의 1루 고정 및 중심타선의 공백없는 경기 출전을 위해 전준우와 홍성흔의 포지션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새로운 전략의 키워드였던 중견수 이승화가 끝없는 침묵으로 부진했고, 외야수 손아섭마저 부상을 당해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준우와 홍성흔 모두 타율이 떨어지면서 이런 포지션 변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양 감독 역시 이를 "실패"라고 쿨하게 인정하면서 "전준우의 3루 기용은 앞으로 없다"고 못박았다.
사도스키의 합류 지연과 이재곤, 김수완 등의 부진, 코리의 체력저하 등으로 선발진이 붕괴되자 내린 고원준과 코리의 보직 변경도 큰 힘이 됐다. 이들은 5월 들어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면서 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 또 사도스키마저 무사히 선발진에 합류해 지난해 10승 투수의 위용을 보이기 시작했다.
4월과 5월의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봐도 달라진 롯데가 확 느껴진다. 4월 한 달간 팀타율 2할5푼1리, 팀평균자책점 4.91, 88타점 97득점 119실점 11홈런을 기록했던 롯데는 5월 들어 팀타율 2할7푼2리, 팀평균자책점 3.72, 103타점 108득점 94실점 21홈런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기록이 크게 좋아졌다. 도루가 24개에서 21개로 줄어든 것 외에는 나빠진 부분이 없다.
현재 롯데는 45경기를 치러 20승 22패 3무로 승패차를 '-2'까지 줄여놓은 상태다. 팀 순위도 5위까지 올라섰다. 또 2위 LG(27승 20패), 3위 삼성( 24승 20패 2무), 4위 KIA(25승 22패)와의 승차가 4.5게임차에서 2,5게임차로 촘촘하다. 쉽게 줄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이제서야 시즌 중반에 돌입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롯데는 4강을 넘어 플레이오프 직행까지도 충분히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4월의 부진을 사실상 극복해낸 롯데다. 양승호 감독은 "5월 최소 목표가 -4"라고 했지만 이미 이를 초과달성했다. 롯데는 '대반격의 5월'로 본격적인 상위권 추격전을 개시할 토대를 마련했다.
롯데의 행복한 5월이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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