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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부른 승부조작, 학연-지연이 시작이었다


[이성필기자] 승부조작에 파문에 빠진 프로축구계가 수렁에서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 K리거 정종관(30)이 승부조작과 연루돼 목을 매 자살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정종관은 유서로 보이는 문건을 남겼고 이로 인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종관의 사망사건을 조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서에 '승부 조작에 관련된 축구인으로서 부끄럽고 괴롭다. 모두 내 친구들인데, 내가 시킨 대로 한 것뿐인데 조사를 받게 되어 너무 미안하다. 나한테 의리를 지키려고 한 것 같은데 내가 죽을 테니까'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공개했다.

지난 2006년 프로축구 전북 현대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공헌했던 정종관은 2008년 병역 비리가 불거지면서 계약해지돼 팀을 떠났다.

이후 정종관은 서울 송파구청에서 문화재 관리 담당을 하는 공익근무 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챌린저스리그(K3)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을 병행했지만 검은 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을 수렁에 빠트리는데 연결고리가 된 것 중 대표적인 것은 다름 아닌 학연이었다. 승부조작 건으로 구속된 브로커 A씨가 정종관의 마산공고 후배였다. A씨의 후배인 또 다른 브로커 B씨도 학연으로 묶였다. 이들은 정종관이 무적 상태로 떠도는 것을 알고 접근해 제안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FC의 골키퍼 C씨는 지난 2003~2004년 전북에서 함께 뛴 경력이 있다.

브로커 A는 상주 상무 김동현과는 지역 대회를 통해 친분을 맺었고 청소년대표팀에서도 함께 뛰었던 인연으로 접근했다. 이후 김동현을 선수 모집책으로 활용했다. 대전 시티즌에서 구속된 미드필더 D씨가 김동현에게 포섭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창원지검이 수사중인 승부조작 건은 현재 광주FC, 대전 시티즌 두 구단에 집중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종관은 선수와 브로커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관으로부터 승부조작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며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이남구단의 선수 E는 "선배의 제안에 솔깃하기는 했지만 따라가게 될 경우 내 축구 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거부했던 것이 정말 잘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특히 정종관이 3부리그격인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는 점에서 K리그뿐 아니라 축구계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이 만연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힌 선수들 다수가 내셔널리그나 챌린저스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8년 중국에 기반을 둔 불법 도박 조직과 연계된 K3리그의 승부조작 건이 터졌고 당시 K리그는 문제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정종관과 비슷한 시기에 K리그에서 활약했고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유소년 지도자 F씨는 "정종관은 병역비리에 연루된 것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했다. 챌린저스리그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명예를 회복하려고 했는데 브로커A가 동문이라는 점을 노려 접근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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