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입에서 "펴엉창~"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마음의 짐을 한가득 안고 유치전에 뛰어들어 힘겹게 이어온 행보를 화려하면서 아름답게 마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옆에 자리해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김연아를 달랠 만큼 기쁨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김연아는 6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의 표심을 가른 주역이었다.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를 내세운 독일 뮌헨이나 무대책이었던 프랑스 안시는 김연아의 맹활약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빙판과 시상대에서 마음의 부담을 털어내는 아름다운 눈물을 쏟아냈던 김연아는, 이번에는 치열한 스포츠 외교 전쟁터 한복판에서 또 한 번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열악한 동계스포츠 여건에서 저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피겨를 선택한 김연아는 늘 도전자의 심정이었다. 훈련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대관할 빙상장을 확보하러 나서고, 더 좋은 지도자를 찾아 자비를 들여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고,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 눈물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매번 온 국민의 성원을 안고 빙판장에 나섰던 김연아는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는 개인적인 금메달 목표가 아닌 국가적인 대사를 책임진다는 더욱 큰 짐과 성원을 감당해야 했다. 그랬기에 성공적인 유치로 마무리된 뒤 "1차 투표에서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라며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인 심정을 전했다.
이어 김연아는 "발표가 났을 때 너무나 기뻤고 많은 분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과라 눈물이 났다"라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2009년 4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 1호로 위촉돼 출발선을 끊었던 김연아는 '좋은 경기력이 홍보'라며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으로 대한민국과 평창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했다.
이후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스포츠기자협회 총회를 비롯해 5월 스위스 로잔 테크니컬 브리핑, 지난달 토고 로메에서 열린 아프리카국가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 등 각종 행사에 쉼 없이 뛰어다니며 평창 홍보에 전력투구했다.
발품을 판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으니 기쁨을 주체할 수 없을 터, 김연아는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내심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라며 '진인사대천명'이 행복한 결말을 맺은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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