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세 바퀴 회전(1080도)하는 고난도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한 '한국체조의 희망' 양학선(19. 한체대)의 표정엔 자신감과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포스코건설 2011 코리아컵 고양 국제체조대회'에서 양학선은 남자 도마 1,2차 시기 합계 16.650점을 받아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토마 뷔엘(프랑스, 15.987점)을 여유있게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차 시기에서 기존의 '여2'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신기술을 구사한 뒤 최대 관건인 착지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국제체조연맹(FIG) 심판들에게 7.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양학선은 최대난도 7.0점짜리 기술을 펼쳤던 뷔엘을 따돌렸다.
1993년과 이듬해 '여1'과 '여2'를 연속 선보이며 국제 체조계를 뒤흔들어놓았던 여홍철(40. 경희대교수)에 이어 양학선은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채점 규정집에 자신의 이름을 딴 '양' 기술을 등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양학선은 다음날 마루운동에도 출전, 15.125점으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10일 고양체육관에서 양학선을 만나봤다. [이하 인터뷰 전문]
-축하한다. 대회 전날 전화통화를 할 때만 해도 조심스러워했는데 결과가 좋다.
"신기술을 처음 보여주는 자리라 잠도 오지 않았다.(웃음) 부담감도 있었는데 대회 현장에 오고 보니 크게 긴장되지 않았고 편했다. 그동안 (신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주변에서 알고 있었을 뿐 보여주진 못했는데 드디어 보여드려 홀가분하다. 내가 할 수 있는 100%를 다 보여드린 것 같다. 만족스럽다."
-새 기술을 준비한 기간은 얼마나 되나?
"처음 시도를 한 것부터 따지면 1년 반 정도 걸렸다. 지금까지 해왔던 '여2'는 몸 컨디션이 나쁜 상태라도 몇 년 동안 써온 기술이라 거의 90%이상은 성공하는 편인데 이 신기술은 조금만 컨디션이 나빠도 기술이 아예 먹히질 않았다. (웃음) 초반엔 그래서 꾸준히 연습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어느날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고 조금씩 몸에서 적응하는 것 같았다. 이전엔 공중회전을 할 때 눈을 감았었는데 이번엔 눈을 뜨고 돌아서인지 땅이 보였다. 그래서 착지할 때도 편하게 한 것 같다."
-대회 개막하자마자 첫 경기가 바로 남자도마였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부담되거나 떨리진 않았나?
"떨리는 마음보다는 흥분되더라.(웃음) 긴 시간 준비했던 신기술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설렘이 컸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국제대회가 개최되어 가족, 친지, 학교 선후배, 동기 등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어떤 기술을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광주에서 부모님도 오시고 중·고교 때 스승님, 학교 후배들도 나를 응원하러 왔다. 더 힘났다.(웃음)"
-큰 무대에 강한 면을 보이는 것 같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그렇고 차분히 맘먹고 하자는 생각이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는 거 같다. 결국 자신감의 문제인 거 같다. 대회 1주일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 채 지냈다.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컸지만 '할 수 있다' '나는 된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 같다."
-마루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전날 도마의 기운이 이어진 듯한데.
"그렇다.(웃음) 만약 어제 우승을 못했다면 오늘 마루도 순위권 내 진입은 힘들었을 거다. 우승을 했으니까 다치지 말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3위를 했다. (김)희훈 형이 입상을 노렸는데... 순위가 정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좋아서 웃었다. 표정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형에게 죄송하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금의 실력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듯 싶은데.
"내년(런던올림픽)보다는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위권 내 입상이 우선이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도마 이외에서는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다른 종목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1차 시기에서 보여드린 신기술을 더 완성도를 높여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도 제대로 해보이고 싶다. 주변에서 2차시기 때 했던 세 바퀴 비틀어 도는 스카라 트리플에 반 바퀴를 더 추가해 신기술을 또 하나 만들어보라는 권유를 하는데 그것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체조에 있어 기술 도전의 끝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노력해서 내 이름으로 된 기술을 만들어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싶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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