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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볼트 울린 부정출발…단거리의 치명적 위험


[권기범기자]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질주를 보고 싶었던 팬들은 허탈함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물론 본인에겐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가 28일 오후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지만, 너무 빨리 스타트를 해 부정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판정컴퓨터는 볼트의 출발반응속도를 -0.104로 체크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뛰어나갔다는 말이다.

허망해도 이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한 볼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그간 부진을 씻어내고 다시 최강자로 군림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막강한 경쟁자인 미국의 타이슨 게이와 자메이카의 아사파 포웰이 부상으로 불참해 금메달 역시 유력해 보였다. 1라운드와 준결승서는 조1위로 가뿐히 통과했다. 하지만 볼트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결승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대구를 악몽의 도시로 기억하게 됐다.

그렇다면 부정 출발은 무엇일까. 부정출발은 출발신호 후 0.1초 내로 선수가 뛰어나갔을 경우 내려지는 판정이다. 인간의 반사신경을 감안해, 스타트 반응속도가 이보다 빠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볼트의 의욕이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지난해 1월부터 부정출발 실격을 한 차례로 제한했다. 이전까지는 한 차례 부정출발은 용인했고, 두번째 다시 저지를 경우 실격판정을 받았지만, 규정을 한 번 부정출발이면 곧바로 실격으로 강화한 것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규정이 적용된 것은 처음으로 볼트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셈이다.

사실 부정출발로 운 선수는 볼트 뿐만이 아니다. 앞선 27일 한국 단거리의 황태자 김국영(20, 안양시청)도 남자 100m 자격예선에서 스타트 직전 다리를 먼저 움직여서 부정출발로 간주, 실격 처리됐다. 김국영은 억울한 듯 눈물을 흘리면서 한숨을 숨기지 못했다. 게다가 영국의 오후루구, 바레인의 아드리안 그리피스 등 수명의 선수들이 단 한 차례의 부정출발로 뛸 수 있는 자격을 그 자리에서 박탈당했다.

단거리는 0.01초의 전쟁이다. 그런 만큼 스타트는 기록 단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의욕으로 인해 실수를 저지를 경우, 곧바로 탈락하게 되는 만큼 선수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대회 2연패를 코앞에 두고 볼트가 울었다. 부정출발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조이뉴스24 대구=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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