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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볼트, 부정출발로 날아간 '전설 시나리오'


[권기범기자]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가 부정실격으로 인해 모든 것을 허망하게 날렸다. 그가 노렸던 전설로의 입성은 어이없게도 한순간의 의욕과잉으로 물거품이 됐다.

볼트(25, 자메이카)는 8일 밤 8시 45분부터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너무 빨리 스타트를 끊어 부정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판정컴퓨터는 볼트의 출발반응속도를 -0.104로 체크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뛰어나갔다는 말이다. 출발신호에 대한 타이밍을 놓쳤고, 우승과 기록경신에 대한 부담감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볼트는 뛰어보지도 못하고 트랙 밖으로 쫓겨났다.

부정출발은 출발신호 후 0.1초 내로 선수가 뛰어나갔을 경우 내려진다.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그보다 빨리 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부터는 강화된 규정 탓에 한 차례로 바로 실격 처리되는데, 볼트는 역사에 남을 극적인 부정출발을 기록한 셈이다.

단순히 한 대회의 실격이 아니다. 세계 단거리 육상계의 전설이 될 수 있는 과정 중 한 단계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것도 대항마들의 부상불참으로 인해 금메달이 가장 유력했던 결승전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다.

볼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경우, 육상 100m에서 위대한 선배들의 업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초58을 기록,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했다.

역대 단거리 100m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룬 이는 칼 루이스와 모리스 그린이다. 칼 루이스는 1983년 제1회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1984년 LA 올림픽, 1987년 로마 세계선수권, 1988년 서울올림픽, 1991년 도쿄 세계선수권까지 올림픽 2연패와 세계선수권 3연패라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모리스 그린 역시 1997년 아테네 및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1년 애드먼턴 세계선수권까지 선수권 3연패와 올림픽 1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둘 모두 현재의 볼트로서는 따라잡기 힘든 선배들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대구 대회서 우승한 후 박차를 가하게 될 경우, 볼트는 향후 이어지는 대회를 통해 이들과 대등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있고, 2013년에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도 개최 예정이다.

이 두 대회서 모두 우승하면 볼트는 모리스 그린을 뛰어넘어 칼 루이스와 같은 메이저대회 우승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정출발로 한 번으로 인해 볼트는 전설이 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을 놓쳐버렸다. 그 이후의 대회를 기대하기에는 볼트의 나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구에서의 부정출발은 볼트의 육상 인생에서 지우기 힘든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조이뉴스24 대구=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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