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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죽은 '애제자' 홍철 위한 신태용 감독의 기살리기


[이성필기자] 조광래호에 승선해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 2차전에 나섰던 왼쪽 풀백 홍철(21, 성남 일화)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일 레바논과 1차전에서 박주영(아스널)의 선제골에 환상적인 가로지르기(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하는 등 공격력을 뽐내며 6-0 대승에 큰 공을 세웠던 홍철은 7일 쿠웨이트와 원정 경기에서는 수비에 약점을 드러냈다. 수비 전환 속도가 늦으며 뒷공간을 허용, 상대의 집요한 공격 루트로 활용되는 바람에 약점은 도드라져보였다.

경기를 마치고 성남에 합류한 홍철은 풀이 죽어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홍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과거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직접적으로 반응이 오는 수단이 많아져 심리적 위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신태용 감독은 10일 수원 삼성과 K리그 24라운드에 홍철을 선발 출전시켰다. 쿠웨이트에서 돌아온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아 피곤할 법도 했지만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신 감독의 기대를 받은 홍철은 수원전에 세트피스 키커로 나서 0-2로 뒤지던 후반 3분 사샤의 추격골에 도움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41분 박종진에게 팔꿈치 가격을 하며 퇴장 당했다.

억울한 홍철이었지만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었다. 신 감독은 고의적이지 않은 경합중의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고 판정에 항의하다 끝내 선수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경기 중 기술지역을 벗어나 징계감이지만 애제자를 위해 화통한 성격을 드러내며 손해를 감수한 행동이었다.

신 감독은 "기가 죽을까봐 출전시켰다. 이런 큰 경기에 나서야 빨리 잊고 적응할 수 있다"라며 배려심(?)이 발동해 선발로 내세웠음을 강조했다. 홍철은 성남의 18세 이하(U-18) 유스팀 풍생고 출신으로 우선 지명으로 지난해 입단했고, 신 감독이 과감하게 주전으로 기용해 성장시켰다.

쿠웨이트 원정을 앞두고 '애제자' 홍철에게 다양한 조언을 했다는 신 감독은 "홍철에게 중동 특유의 긴 잔디를 어떻게 이겨낼지 누구를 막아야할지 경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소속팀의 전지훈련에 매진하느라 쿠웨이트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한 신 감독은 "홍철이 얼마나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다 잊었으면 좋겠다. 이제 A매치 3경기를 소화했고 실수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단점도 경험을 해가면서 고치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한 뒤 "단 한 경기라도 기복이 없으면 선수가 아니다. 로봇이다"라며 홍철을 감쌌다.

홍철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며 성장하기를 바란 신 감독은 "의욕이 앞서겠지만 생각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이번 경험이) 성장하는데 있어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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