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조범현 감독은 왜 한기주를 내리지 않았나?

[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가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준플레이오프 전적 1승1패를 기록했다. 적지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기도 하다.

KIA는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1회 한기주가 이호준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2-3으로 역전패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조범현 감독이 한기주를 끝까지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기주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7회말 2사 후 등판해 10회말까지 이미 3이닝을 넘게 소화하고 있었다. 또한 11회말 들자마자 볼넷과 안타를 잇따라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끝까지 다른 구원투수를 투입하지 않았고, 결국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11회말 상황은 이랬다. 안치용의 볼넷, 정근우의 좌전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2루에서 박재상의 보내기 번트가 성공하며 1사 2,3루가 됐다. 다행히 최정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은 한기주. 다음타자 박정권을 고의4구로 거른 뒤 이호준을 상대하다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투수를 바꾸려면 좌타자 박정권을 거르지 않고 좌투수를 투입하는 방법도 있었고, 만루를 채운 뒤 이호준을 상대로 우투수를 투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던 것은 위기를 만든 한기주 자신이었다.

경기 후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를 그대로 마운드에 둔 이유를 설명했다. 조 감독은 "좌타자라면 (심)동섭이, 우타자라면 (유)동훈이로 바꿨어야 했다"며 "동섭이한테 경기가 넘어가게 되면 무거운 짐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한)기주에게 맡겼다.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한기주가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얻어맞을 것 같은 투수를 굳이 마운드에 세우는 감독은 없다. 불펜에 있는 투수들보다 한기주의 구위가 괜찮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투구이닝, 투구수 등이 많기는 했지만 정규시즌 후반기 막판 선발로도 나서 긴 이닝 투구감을 익혔던 한기주에게는 사실 큰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신인 심동섭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포스트시즌 무대가 처음인 심동섭이 부담스런 상황에서 등판하게 되면 자칫 지나치게 긴장할 수도 있음을 배려한 것이다. 만약 심동섭이 마운드에 올라 SK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조범현 감독의 말대로 마음에 무거운 짐을 들여놓게 된다. 한기주가 패전을 당하는 것보다 팀에는 더욱 마이너스다.

패전을 기록하긴 했지만 한기주가 4이닝이나 던져주며 불펜을 소모하지 않은 것도 3차전부터의 경기 구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KIA는 1차전에서는 완투승을 거둔 윤석민 외에는 아무도 등판하지 않았고, 2차전에서도 선발 로페즈와 한기주 외에 양현종과 손영민이 각각 0.1이닝 동안 공 7개씩만을 던지는데 그쳤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조범현 감독은 2차전서 패했음에도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조 감독은 "아쉽긴 하지만 원래 예상이 1승1패였다"며 광주로 장소를 옮겨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범현 감독이 한기주를 끝까지 마운드에 세운 것은 총력전을 펼칠 3차전 이후를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