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드라마는 끝났다. SK가 끝내 삼성에 패퇴하며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SK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0-1로 패했다. 선발 고든이 4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고 이후 엄정욱이 4이닝 무실점 역투했으나 타선이 철저히 침묵하면서 이렇다할 반격도 못해보고 무너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등 최근 4년 동안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거머쥐었던 SK.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칼날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거듭되는 강행군으로 인해 무뎌져 있었다.
SK는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서 총 14경기를 치렀다. 준플레이오프서 만난 KIA에 1패 뒤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롯데와 만나서는 승패를 주고받다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2패로 가까스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2위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였던 SK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 체력을 비축하고 기다린 삼성을 뚫지 못하고 결국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무너졌다. 2패 뒤 3차전서 반격의 1승을 올리며 역전의 가능성도 내비쳤지만 더 이상의 극적인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마운드 싸움에서 밀렸다. 정규시즌 종료 후 약 3주 동안 한국시리즈에 초점을 맞춰 훈련한 삼성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매티스,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등 안정적인 선발진과 정인욱, 안지만, 권오준, 정현욱 등이 포진된 중간 계투는 넘을 수 없는 철벽과도 같았다. 더군다나 마무리 오승환은 끝판왕으로 건재했다. 오승환은 이번 한국시리즈 5경기 중 삼성이 이긴 4경기에 모두 등판해 연이어 무실점 쾌투를 펼쳐 뒷문을 꽁꽁 틀어막았다.
이에 반해 정규시즌 SK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선발진, 그 중에서도 흔들린 에이스는 결국 발목을 잡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끝내 구위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은 승부처였던 29일 4차전서 3이닝만에 3실점하면서 강판, 반격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고효준과 윤희상, 송은범, 고든이 선발로 나서 선방했지만 사실 삼성에 비해 압도적인 위력은 없었다. 선발 투수가 5이닝 안팎을 막으면 정예 구원 투수들이 줄줄이 등판해 나머지 경기를 책임졌다. '명불허전'인 SK 불펜도 긴장도 높은 포스트시즌 경기가 거듭될수록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가을사나이'들이 침묵한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던 박정권은 한국시리즈서 17타수 3안타로 팀의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펄펄 날며 MVP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서도 3할1푼8리(22타수 7안타)를 기록했던 톱타자 정근우는 삼성과 만나 단 5안타(타율 2할5푼)에 그치고 말았다. 선두타자 정근우가 활발하게 살아나가지 못하니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질 리 없었다.
'난세영웅'이라던 안치용도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기회를 날리며 찬물을 끼얹었다. 5번타자로 기용된 안치용은 한국시리즈 5경기서 단 2안타에 그치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 선수들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여서 힘이 딸렸다. SK의 최대 강점인 '경험'만으로 탄탄한 투타 전력을 구축한 삼성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7년부터 프로야구 최강자로 군림해온 SK의 2011 시즌은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한 SK는 신흥명문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지난해 자신들이 주역이었던 한국시리즈 피날레 환희의 순간을 삼성에게 내주고 씁쓸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하고 말았다.
조이뉴스24 잠실=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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