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포수 정상호가 없었다면 SK의 준우승도 없었다.
이만수 SK 감독 대행은 한국시리즈서 가장 고마웠던 선수로 정상호를 꼽았다. 온갖 부상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안방을 지킨 정상호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만수 대행은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 최종 5차전 종료 후 "정상호에게 가장 고맙다. 경기 전 연습을 못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는데 한 번도 못 하겠다는 말을 안 했다"면서 정상호의 노력을 칭찬했다.
SK는 한국시리즈서 1승4패로 삼성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 정상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저력을 얘기할 때 정상로를 빼놓을 수 없다.
정상호는 올 시즌 SK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시즌 전 포수 박경완이 부상으로 빠진 SK 포수 자리는 최대 취약점으로 꼽혔다. 박경완은 SK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였다. 그 자리를 정상호가 이어받았다.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정상호가 지킨 안방은 든든했다. 정상호는 이번 포스트시즌 SK가 치른 14경기에 교체 없이 전경기 출전했다. 한 명의 포수가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경기를 소화한 것은 정상호가 처음이다.
물론 데뷔 후 정규시즌 최다 경기를 소화하고 포스트시즌까지 책임지면서 한계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매 시즌 부상을 달고 다니는 자신을 향한 불신의 시선을 떨쳐내고 싶었다. 정상호는 "부상 때문에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적이 거의 없었다. 몸이 약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186cm, 96kg의 거구 정상호에게 따라다닌 달갑잖은 별명은 '유리몸'이다.
SK 투수들에게도 정상호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다. 경기 후 투수들은 "정상호의 리드대로 던졌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은 거의 없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명포수 출신인 이만수 대행은 정상호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국시리즈서 2연패 뒤 3차전 반격의 1승을 올리던 날에도 이 대행은 정상호의 숨은 공로를 인정했다.
당시 경기 MVP는 박재상이었다. 팀의 2-1 승리를 이끈 선제 결승포를 터뜨린 주인공이었다. 호수비도 있었다. 4회초 2사 2루서 진갑용의 좌전안타 때 2루주자 강봉규가 홈으로 파고 들었다. 진갑용의 타구를 잘 잡은 좌익수 박재상은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로 홈에서 강봉규를 아웃시켰다.
물론 박재상의 호송구가 있었지만, 이 대행은 홈에서 온몸으로 강봉규를 막아낸 포수 정상호를 주목했다. 그는 "박재상이 잘 던졌고, 정상호가 잘 잡았다. 정상호가 바운드 된 타구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면서 승부가 갈렸다"고 돌아봤다.
정상호는 이제 SK를 대표하는 주전포수가 됐다. 프로 데뷔 11년만에 비로소 빛을 봤다. 준우승 아쉬움 속에서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정상호의 활약이 SK의 가을야구를 빛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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