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짧은 일본 생활을 마감한 박찬호(38)는 외로운 상태다. 이미 미국 생활을 정리했고, 1년간의 일본 무대에선 아픔만 겪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는 국내 복귀는 '하늘의 도움'만 기다려야 한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 스타로 떠받들어지던 그이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국내 8개 구단의 '선처'만 바라봐야 할 처지다.
박찬호가 내년 시즌 국내에서 뛰기 위한 절차는 사실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모든 구단들이 모여 박찬호의 한화 입단을 허락해주면서 한화의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권까지 보장해준다는 합의만 하면 된다. 이 경우 한화는 연고 출신 대형 스타를 확보하면서 해마다 진행되는 '젊은 피' 수혈도 차질없이 이루게 된다.
그러나 상황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8개 구단의 중지를 모으기가 어렵다. 박찬호가 빅리그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국내 프로야구 관계자들도 한마음으로 응원했지만 그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이라는 울타리로 들어오는 순간 팀마다 이해 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앞에서는 웃어도 뒤에서는 매사가 경쟁관계인 국내 구단들이 '남 좋은 일'만 해줄 리 없다.
이미 몇몇 구단들은 "한화가 내년 시즌 1차 지명권을 포기하든지, 박찬호를 외면하든지 양자택일하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화의 입장이 난처한 것 이상으로 벼량끝에 몰린 건 선수생활 연장 기로에 선 박찬호다. 부상과 부진으로 올 시즌을 망친 탓에 큰소리 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일본 무대에선 시즌 전 보였던 '빅리그 출신 대투수'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소중한 용병 쿼터 한 자리를 희생하면서까지 영입할 매력이 없다는 게 현시점에서 일본 구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찬호가 굳이 야구를 계속하려면 선택의 폭은 여전히 넓게 열려 있다. 그러나 미국 마이너리그, 멕시칸리그, 대만 리그 등은 스스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팬들로서도 전혀 환영할 만한 선택이 아니다. 이미 외국 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한 마당에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서 무작정 떠나기도 쉽지 않다.
박찬호는 분명 한국 야구에 기여한 바가 큰 인물이다. 그같은 선수가 현역 생활의 마무리를 모국에서 한다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계의 작동 논리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평소 그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야구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그를 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일각에선 박찬호 본인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가장 중요하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8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의 선처를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일본 신문 한 귀퉁이에서 박찬호의 국내 복귀 의사를 발견하는 식이라면 문제 해결은 난망이라는 것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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