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원더스를 맡게 된 것은 내 인생의 마지막 행운이다."
김성근 감독이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초대 감독이 됐다. 지난 8월 SK 감독직 사퇴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원더스는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이날 김 감독의 취임식도 함께 열렸다. 김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현장을 떠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왔다. 내 인생의 마지막 행운이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나는 포기를 모른다"
원더스는 지난 5일 김 감독의 취임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김 감독과 선수들과의 접촉은 없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된 선수들은 이보다 앞선 2일부터 전북 전주에 캠프를 차리고 일찌감치 훈련에 돌입했다.
김 감독의 본격적인 팀 합류 시점은 일본 전지훈련이 예정된 1월 중순부터다. 그러나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감독은 "1월부터 합류하기로 돼 있었는데 집에 가만히 있으니 좀이 쑤시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주로) 내려가 한 사람씩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선수단의 1차 훈련은 29일까지다. 이후 30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휴식을 취한 뒤 3일부터 일본 출국 전까지 2차 훈련을 이어간다.
원더스는 다음 시즌 2군리그서 총 48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독립구단이기에 정식 경기가 아닌 번외경기 형식이다. 경기수는 타 구단 2군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김 감독은 내년 1월 일본 고지현에서 치러지는 캠프서 일본 독립리그 팀과 11경기 일정을 추가로 잡아놨다. 실전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설정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내년에 2군과 48경기를 하는데, 그것으로는 모자란다. 경기할 상대가 없다는 것은 나중 이야기다. 일단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아야 했다"고 전했다.
'김성근표' 혹독한 훈련도 예고됐다. 김 감독은 "살아 남으려면 남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남들이 잘 때 공부하고, 뛰어야 한다. 나는 포기를 모른다. 내가 납득할 때까지 하지 않는 선수는 갈 길이 없다. 우리는 1군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프로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3∼4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능 KBO 총재는 사재를 털어 3천500개의 야구공을 기증하며 야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은 원더스 선수들의 출발을 축하했다.
"기도 끝에 '야신'을 영접했다"
고양 원더스 허민 구단주는 "구단 운영 전권을 감독님께 드렸다"면서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허 구단주는 "우리는 1군 진입을 목표로 하는 구단이다. 때문에 훌륭한 스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단 운영 전권을 감독님께 드렸다. 기존 구단은 사장, 단장 밑에 감독이 있지만 우리는 감독님 밑에 프런트가 있다. 모든 프런트가 감독님과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데 대부분의 자원을 투자할 것이다. 연봉에 많은 돈을 쓰지 않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다 나은 훈련 환경을 만들어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킬 것이다"고 설명했다.
허 구단주는 지난 9월 구단 창단 때부터 김 감독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다. 허 구단주의 삼고초려 끝에 김 감독은 원더스와 손을 잡았다. 허 구단주는 이를 두고 "우리는 패자부활전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기도를 올린 끝에 '야신'을 영접했다"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라며 허 구단주의 노력을 인정했다.
"(허 구단주가) 서울고 재학 당시 투수로 뛰었다고 들었다. 너클볼을 배우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또 꿈이 한국이 아닌 세계로 향해 있다는 것이 함께 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는 아시아를 제패한 뒤 세계 1위가 되고 싶다. 구단주님도 비슷한 생각이다."
김성근 감독이 독립야구단 원더스에서 꾸는 꿈은 이렇게 그 막을 올렸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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