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한화 이글스에서 보여줄 리더십의 색깔이 드러났다. 겸손한 수평적 리더십이다.
박찬호는 지난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구단 시무식에 참석해 선수단 전원과 함께 한 자리에 섰다. 선수들과는 사흘 전 워크숍에 이어 두 번째 만남. 박찬호에게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공식 일정이었다.
선수들이 모여 있는 그라운드로 박찬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전원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며 예를 갖췄다. 메이저리그 124승의 기록에 빛나는 대선수의 등장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여기까지 보면 박찬호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대선배의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박찬호가 그런 것을 원치 않았다. 국내 무대 복귀와 동시에 팀내 최고령 선수가 됐지만 어린 선수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편안한 동료 관계가 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박찬호는 가장 먼저 호칭을 언급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박찬호를 선배님이라고 부른다는 것. 넉살좋은 류현진, 김태균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참급인 신경현 정도가 그나마 '형'이라고 다소 편안한 호칭을 사용한다.
박찬호는 선배님이라는 호칭보다는 미국에서 자신의 별명이었던 '찹(chop)'이라고 불러주길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후배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테지만 선후배간 수직적인 상하관계에서 탈피해 보다 편안한 동료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박찬호가 바라는 바다.
겸손함도 엿볼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날아들자 갑자기 박찬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찬호는 "전수라는 것은 없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전수'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다.
박찬호는 "부처님, 예수님도 아니고 전수라는 것은 없다"며 "나는 동료지 코치가 아니다. 함께 생활하면서 후배들이 질문을 해오면 대화가 시작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아는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거창하게 전수한다기보다는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후배들을 지켜만 보고 있겠다는 것은 아니다. 박찬호는 "내가 생각하는 팀에 대한 철학, 희생, 해가 되는 것을 구분할 것"이라며 "만약 해가 되는 것이 보이면 그것을 이야기해주는 역할은 해야 할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따끔한 지적이 필요할 때는 선배로서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자신이 아마추어 때까지 한국에서 야구를 하며 느꼈던 아쉬운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박찬호는 "(전체적으로) 후배들을 감싸줘야 할 부분을 윽박지르는 면이 있다"며 "(한국야구가) 질적으로 강해지려면 그런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 후배들은 편하게 말하고 선배들은 들어줄 줄 아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올 시즌 한국야구에 새롭게 도전하는 입장인 박찬호에게 '맏형'이라는 책임까지 지워졌다. 감독과 주장이 따로 있지만 팀 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한화 구단도 이를 기대하고 박찬호를 영입했다. 박찬호의 리더십이 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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