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가수 세븐의 반전이 통했다.
첫번째 반전은 YG엔터테인먼트의 세븐이 JYP의 수장 박진영과 손을 잡았다는 것, 두 번째 반전은 매번 트렌디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무장했던 세븐이 의외로 알앤비 발라드를 내세웠다는 것. 파격이었고 신선했다. 그리고 세븐의 반전은 대중들에 통했다.
가수 세븐이 두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로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 타이틀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주요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고, 미국 아이튠즈 R&B차트 1위와 일본 아이튠즈 R&B차트 2위 등 세계적인 차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며 순항중이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세븐은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컴백해서 1위를 했는데 잊지 않고 사랑을 해준다는게 감사할 따름이다"고 웃었다.
세븐의 타이틀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JYP와 YG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박진영의 세련된 프로듀싱과 세븐의 감미로운 보컬, 깊은 여운이 남는 가사와 멜로디가 귀를 자극한다. 세븐은 "노래를 듣자마자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박)진영이 형이랑 친해 만날 때마다 곡 하나 써달라고 했어요. 지난해 디지털 싱글 앨범이 끝나고 난 후 구체적으로 진행이 됐죠. 진영이 형이 들려준 곡 중에는 새로 만든 곡도 있었고, 이 곡은 만든지 1년이 넘는 노래였는데 듣자마자 느낌이 좋아서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진영이 형 목소리로 가이드가 되어있었는데 가사가 와닿았어요. 두 번째 들을 때 '이 노래를 내가 부르면 어떨까' 상상했고,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부른다면 진영이 형이 항상 강조하는 진실을 담아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박진영과의 첫 작업. 박진영이 강조한 건 노래의 기교가 아닌 '진심'과 '진정성'이었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 혼나기도 했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알앤비 발라드 풍이라서 리듬이나 스타일, 기교나 보컬 컬러보다는 가사 전달이 가장 중요한 노래였고 가사가 전부였어요.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죠. 오직 가사만 생각하고 부르라고 했고, 녹음할 때 '너 노래 너무 잘해, 이 노래는 못 불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케이팝스타'에서 항상 진정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솔직히 저도 '또 저 소리야, 형은 진심이라는 단어가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업을 하면서 '이래서 진심 진심 하는구나' 느꼈어요. 진심을 담아 노래했죠."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정상에 있는 가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서의 쓸쓸함을 고백하는 가사로 공감을 자극한다. 10년간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살아온 세븐의 소회가 녹아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 들어도 울컥해요. 제 노래를 녹음하고 이렇게 많이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저같지 않은 노래, 제 색깔이 이런 스타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새로웠던 것 같고 뿌듯함이 있어요. 세븐의 음악과 180도 다른 색깔인데 매 앨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댄싱머신'이라 불릴만큼 화려한 춤 실력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세븐이지만 이번에는 안무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10년 동안 항상 무대에 나가서 '나 춤 잘 추지' '내가 최고다' 이런 마음이었어요.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춤을 췄고 '멋지다' '잘 춘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했는데 이번 독무는 주위 시선 신경 안 쓰고 나홀로 춘 춤이라는 느낌으로 췄어요. 외롭고 공허한 감정과 분노를 몸으로 표현했죠. 마음에 담아 노래하고 춤을 췄어요."
이번 노래를 들은 YG 양현석 대표의 반응은 어땠을까.
세븐은 "처음부터 '이 노래는 세븐과 박진영의 것이고 둘이 잘 해보라'고 던져주셨다"며 "녹음하고 완성본을 들려줬는데 한 번에 '오케이' 했다. JYP랑 세븐이 함께 한 곡이니 딱히 할 말은 없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미니앨범은 곡 수집부터 디렉팅까지 세븐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세븐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만든 앨범이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개인적인 만족도가 높다"고 자평했다.
지난 2003년 데뷔한 세븐은 어느새 데뷔 10년차의 가수가 됐다. 오랫동안 가요계 정상을 지켰고, 미국 진출 등 새로운 도전도 했다. 지난 십 년을 지나온 소회가 남다를 만 하다.
"십 년 동안 해오면서 다행히도 큰 굴곡이 없었던 것 같아요. 큰 나쁜 일도 없었고 사고를 친 적도 없고 평탄하게 잘 다져온 것 같아요. 멀리서 봤을 때는 제 미국 진출이 굴곡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언제 미국 가서 좋은 프로듀서, 래퍼들과 작업해보겠어요. 큰 행운이고 재산이죠.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했죠. 미국에서 처음 독립을 해봤는데 자립심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고, 그래서 후배들 앞에서도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 십 년을 부지런히 달려왔다. 앞으로의 십 년, 그리고 미래의 세븐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이것을 꼭 해야겠다는 목표나 다짐을 정하지는 않는 편이예요. 제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해서 하는 것이 좋아요. 무대 위 노래가 좋고 팬들과 만나는 게 좋아요. 팬들이 응원하고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것을 보면 즐겁기 때문에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다만 제가 자존심이 은근히 있는 편이라 무대에 섰을 때 안 멋있어지면 그만 둘 것 같아요. 인기가 떨어지는 건 상관없는데 춤 실력이나 노래가 예전 같지 않다면. 그것은 제가 제일 잘 알테고 그 시점이 되면 억지로 하고 싶진 않아요. 음악은 계속 하겠죠. 가수든, 프로듀서든. 마이클 잭슨을 보면서 늘 감탄했는데 그런 가수가 된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