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태극호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박지성은 24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아약스(네덜란드)와 32강 2차전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약스에 1-2로 패했지만 1차전 2-0 승리로 합계 3-2가 되면서 16강에 진출, 아틀레티코 빌바오(스페인)와 8강 진출을 놓고 겨루게 됐다.
이날 박지성은 이례적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서 경기를 지휘했다. 선발진 중 완장을 찰 수 있는 이는 박지성 외에 딱히 보이지 않았다. 맨유의 전설 폴 스콜스나 라이언 긱스, 현 주장인 파트리스 에브라는 모두 대기 명단에 자리했다. 결국 팀의 베테랑인 박지성이 이날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다.
이전에도 박지성은 주장 완장을 찬 적은 있다. 지난 2005년 10월 19일 챔피언스리그 릴OSC(프랑스)와 조별리그 3차전 대기명단에 있던 박지성은 후반 37분 라이언 긱스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때 주장이었던 긱스는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건네줬다. 다른 선수에게 전달하라는 긱스의 지시가 있었지만 서로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맨유에 갓 입단한 신출내기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뛴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약스전에서는 경기 시작부터 주장을 맡으며 맨유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매김했음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아시아 선수로 유럽 최고의 명문 클럽으로 평가받는 맨유에 입단해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면서 주장까지 맡았다는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이제 영어 구사도 완벽에 가까워 문제없이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2005년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8년째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아약스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 중 박지성보다 많이 뛴 선수는 없었다. 1군 전체를 따져도 긱스나 스콜스, 리오 퍼디난드 등을 제외하면 200경기 이상을 뛴 선수는 박지성밖에 없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확실히 신뢰하고 있다는 징표로도 볼 수 있다. 그간 퍼거슨 감독은 고비마다 박지성을 출전시켜 승리를 낚았다. 아약스전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 탈락으로 일부 선수들의 목표 의식이 떨어졌지만 꾸준함의 대명사인 박지성을 내세워 유로파리그 우승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심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지성이 마케팅용 선수라는 인식도 불식시켰다. 그간 박지성에게는 아시아 마케팅용이라는 수식어가 실력과 상관없이 계속 따라붙었다. 하지만, 축구종가를 대표하는 구단의 주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지성이 주장으로 뛴 경기는 맨유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