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새구장에서 홈개막 잔치를 벌인 친정팀에 수원 삼성의 라돈치치(29)가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라돈치치는 11일 오후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2-0 승리 주역이 됐다.
지난 2004년 인천의 창단 멤버로 함께했던 라돈치치는 비수가 되어 친정을 만났다. 인천에서는 요령만 피우고 훈련 상태가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다다.
그러나 2009년 성남으로 이적해 신태용 감독의 조련으로 원숙한 기량을 선보였고 귀화 의사를 밝히는 등 새롭게 태어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라돈치치는 수원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명가 부활의 아이콘이 됐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개장 경기 승리가 간절했던 인천이 설기현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과 역습을 앞세워 수원을 흔들었다.
그래도 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라돈치치가 있었다. 라돈치치는 20분 서정진에게 절묘한 헤딩 패스를 연결해 슈팅을 도왔다.
지난 4일 부산 아이파크와 개막전에서 골을 넣지 못해 굶주려 있던 라돈치치는 29분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에벨톤이 왼쪽에서 연결한 패스를 받은 오범석이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다시 연결했고, 골문 앞에 있던 라돈치치가 왼발로 방향을 바꿔 선제골을 터뜨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골 세리머니가 현란했겠지만 친정팀의 개막전이었음을 의식했는지 별다른 행동은 없었다.
라돈치치는 신장을 이용해 인천 수비를 괴롭혔다. 인천도 설기현이 고군분투했지만 수원 중앙 수비수 보스나의 밀착 수비에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40분 수원 박현범에 위험한 슈팅을 내주며 추가 실점 위기에 몰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인천은 김남일을 교체 투입해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점점 기가 살아난 인천은 수원의 좌우 측면을 공략하며 골을 노렸고 21분 장원석이 예리한 프리킥을 보여주며 동점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33분 페널티지역에서 인천 수비진이 문전 돌파하던 라돈치치에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직접 키커로 나선 라돈치치가 페널티킥을 차 넣으며 두번째 골을 기록하며 수원 완승의 특급 전령사 역할을 해냈다.
승리한 수원은 재미있는 기록도 남겼다. 개장 경기를 치르는 팀들의 킬러로 거듭난 것이다. 2003년 대구FC의 창단 홈 개막전에서는 종료 직전 뚜따의 골로 1-0으로 이겼다. 2006년에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서귀포 개막전에서도 0-0으로 힘을 뺐다. 수원은 이번 승리로 남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데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했다.
한편, 전북 현대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 원정 경기에서 후반 40분 터진 새 외국인 공격수 드로겟의 결승골로 2연승을 달렸다. 칠레 대표팀 출신의 드로겟은 후반 26분 김정우와 교체로 나서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 심우연이 후반 31분 대전 공격수 케빈 오리스와 공중볼 경합 중 갈비뼈 골절 부상으로 이탈한 것은 전북으로서는 아쉬운 장면. 전북은 지난 7일 광저우 헝다(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1-5 대패 당시 조성환이 꼬리뼈, 임유환이 코뼈 부상으로 각각 6주와 2주 진단을 받았다. 심우연의 추가 이탈로 김상식-이강진 듀오만이 중앙 수비를 맡아 당분간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하기가 버겁게 됐다.
광주FC는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에서 주장 김은선이 올 시즌 최단시간인 전반 30초 만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34분 지쿠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포항은 팀 통산 399승에서 1승만 추가하면 400승을 기록하게 되지만 울산 현대와 개막전 0-1 패배를 시작으로 2라운드까지 승리 맛을 보지 못하며 아홉수에 시달리는 인상이다.
'철퇴 축구'로 대표되는 울산 현대는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 홈 개막전에서 2-1로 이겼다. 개막전과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하면 3연승의 상승세다.
울산은 42분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수비수들이 다가서기 전 빠른 템포로 시도한 것이 통했다.
후반에도 울산은 한 방을 노렸고 5분 마라냥을 교체 투입해 공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전략은 통했고 21분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김승용이 연결한 볼을 마라냥이 헤딩으로 꽂았다. 경남은 38분 이재안이 만회골을 넣으며 총공세를 펼쳤지만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과 부정확한 슈팅으로 동점골에 실패하며 승점 3점을 헌납했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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