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FC서울과 오는 4월 1일 홈경기를 '북벌(北伐)'로 칭했다. 기본적으로는 수원보다 북쪽에 위치한 서울을 정벌한다는 뜻이지만, 지난 2004년 서울이 안양에서 연고이전을 해 서울을 제외한 팬들로부터 '북패륜(서울로 연고이전한 것이 패륜아 같은 짓이라는 뜻)'이라고 불리는 것을 포함한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원은 서울과 경기를 하면 심리적으로 서울을 제외한 15개 구단 팬들의 지지를 받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수원도 '북벌'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라이벌전의 의미보다는 뭔가 정의를 위해 응징한다는 듯한 뉘앙스로 서울을 상대한다.
수원 관계자는 "수원보다 북쪽에 서울이 있으니 북벌이 맞지만 연고이전에 대한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라며 모호하게 설명했다.
올해 양 팀간 겨루기에는 승점자판기라는 화두까지 추가됐다. 수원이 서울전을 앞두고 제작한 영상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클럽하우스 자판기에 서울의 유니폼색과 비슷한 적갈색 무늬의 캔 음료가 있다. 다른 음료와 달리 돈 없이 무료로 마실 수 있는데, 승점 3점으로 되어 있다. 필요할 때마다 서울이 승점 3점을 수원에 바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선수들은 이 음료를 맛있다며 시원하게 들이킨다. 라돈치치는 "서울이 농구팀이냐"라며 재치있는 발언을 하는 등 서울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적갈색 캔은 결국 처참하게 구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막상 '북벌'과 '승점자판기'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는 상대의 심정은 어떨까?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답을 내놨다. 최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원-서울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수원 윤성효 감독과는 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지만 학연은 상관없었다. 최 감독은 "(패하면) 어느 한 쪽의 상처는 크겠지만 실력 차는 없다"라며 대등한 전력으로 싸워 이기겠다고 응수했다.
이어 최 감독은 속사포를 터뜨렸다. 그는 "수원보다 우리 위치가 북쪽에 있어 북벌이라 한다고 들었다. 승점자판기까지 가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원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라고 라이벌의 행태를 슬쩍 건드렸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이런 상대의 도발에 대한 응수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북벌은 적을 도발해 응징하는 뜻으로 안다. 그런데 상대가 홈이고 우리가 쳐들어가야 한다.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 "100년이 넘는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등은 상대 구단을 폄하하지 않는다. 팬들이 이슈거리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이런 식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축구를 해야 한다"라고 받아쳤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윤 감독도 "서울은 K리그에 속한 팀 중 하나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다른 팀 상대할 때처럼) 똑같이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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