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5연패-3연승-3연패.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최근 성적은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신바람을 내다가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 맥없는 경기가 이어진다. 언제 승리하고 패배할 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경기에서 완승하는가 하면 에이스가 나선 경기를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두산 내부에서 "예측 불가능한 3연승보다 안정적인 2승1패가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예측이 가능한' 경기는 결국 선발 투수가 호투하고 타선이 뒷받침해줄 때 가능하다. 29일 잠실 KIA전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선발 이용찬이 연승을 달려온 상승세의 KIA 타선을 6이닝 5피안타 5볼넷 1실점으로 억제하는 동안 타자들은 적시에 필요한 점수를 뽑았다. 결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파죽지세의 KIA를 4-1로 누르고 지긋지긋했던 홈경기 8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사실 이날 KIA전은 쉽지 않은 경기로 여겨졌다 최근 6연승으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탄 KIA, 여기에 상대 선발은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가운데 한 명인 윤석민이다. 올 시즌 홈경기 승률 4할(8승12패)에 그친 두산이 상대하기엔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야구의 '예측 불가능성'은 이번엔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투타의 밸런스가 오랜만에 딱딱 들어맞으며 8경기 연속 만원을 이뤄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무엇보다 선발 이용찬의 호투가 밑바탕이 됐다. 올 시즌 두산 선발투수 중 가장 안정적인 이용찬은 이날 초반 난조를 극복하고 KIA의 활화산 같은 타선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제구 난조로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고비마다 실점을 억제했다.
1회 볼넷과 단타 2개를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이용규와 김선빈의 연속 도루 실패로 한 숨을 돌렸다. 계속된 2사 1,2루에선 최희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사사구 2개로 무사 1,2에 몰린 2회에는 송산을 유격수 앞 병살타, 이준호를 우익수 뜬공 처리해 또 다시 한숨을 돌렸다. 이용찬은 3회 2사 1,3루에서 포크볼을 던지다 폭투를 범해 첫 실점했다. 그러나 2사 2루에서 또 한 번 최희섭을 삼진 처리했고, 4회 2사 만루에선 김선빈을 3루땅볼 처리해 잇따라 고비를 넘겼다.
이 사이 두산 타선은 야금야금 윤석민을 공략해 경기를 뒤집었다. 3회 손시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뒤 4회 김동주, 양의지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3-1로 앞선 5회에는 오재원의 우중간 3루타에 이은 김현수의 중전안타로 쐐기점을 얻었다.
힘을 얻은 이용찬은 5회와 6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이날 투구를 마감했다. 두산은 7회부터 홍상삼과 노경은, 9회 마무리 프록터를 잇따라 투입해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산 타선에선 2루타 2개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양의지가 돋보인 가운데 오재원, 김현수, 김동주도 2안타씩으로 힘을 냈다.
KIA 선발 윤석민은 5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시즌 2패째(2승)를 기록했다. KIA는 연승이 끊어지면서 원정경기 5연패 늪에 빠졌다.
이용찬은 "오늘 팀의 연패를 끊어서 너무 기분 좋다. 초반 제구가 안돼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무조건 막겠다는 일념 하나로 (양)의지 형을 믿고 던졌다. 의지 형의 도움이 컸던 경기"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지난번 광주에서 윤석민에게 당한 완투패를 잊고 우리 타자들이 자신감 있게 더 공격적인 타격을 해줬다. 또 윤석민의 투구수를 늘려간 게 주된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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