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발을 내디딘 연습생들에게 매년 6월 1일은 특별하다. '신고선수' 꼬리표를 떼고 KBO에 정식 프로 선수로 등록이 가능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일 오후 넘어서까지 KBO에 신고선수와 관련해 연락을 취해온 구단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6월 1일 이후부터는 언제든 등록이 가능해 꼭 이 날 등록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갑(甲) 입장인 구단에서는 급할 게 없다. 또 등록선수 인원이 꽉 차 있을 경우엔 기존 선수를 빼고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다.
그런데 오후 늦게 LG 트윈스가 최영진(24 .내야수)과 이천웅(24. 외야수)을 정식선수로 등록하겠다는 뜻을 KBO측에 전달했다.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낙방한 후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대졸 출신의 이 둘은 LG 유니폼을 입은 후 15개월만에 정식 선수로 1군 경기를 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시합이 끝나고 매니저님이 조용히 부르시더니 됐다고 하셨어요. 기대를 하긴 했는데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기쁘고 뿌듯합니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최영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또렷하고 생기가 넘쳐났다.
속초 출신의 최영진은 설악중-속초상고를 거쳐 한일장신대를 졸업했다. 184cm 84kg의 좋은 신체조건을 지닌 우투우타 내야수. 지난해 LG 2군에서 78경기에 출전, 2할7푼2리(136타수 37안타)의 타율에 2홈런 19타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자신의 주포지션인 유격수 뿐만 아니라 3루와 2루까지 아우르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올해도 2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 9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1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시즌 시작하고 페이스가 좋았어요. 그런데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타율이 많이 떨어졌어요. 지금은 다 나아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이)민재 형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이제 저도 할 수 있는(1군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어 너무 좋네요."
2010년 10월 나란히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이민재는 이미 지난해 6월1일자로 신고선수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1년의 기다림 끝에 양영동을 대신해 지난달 31일 1군 엔트리에 입성했고, 그 날 곧바로 사직 롯데전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형처럼 저도 기회를 잡아야죠. 누가 아프길 기대하는 건 너무 비겁한 일인 거 같고,(웃음) 실력으로 올라가야죠. 저 대신 누군가는 내려가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한일장신대 시절 그는 4년 내내 3할대 중반의 높은 타율을 유지하는 등 꾸준함을 보였고 빠른 발로 주루플레이에도 능했다. 내야 어느 포지션이든 가능한 폭넓은 수비능력까지 갖췄으나 프로 지명에선 제외되었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 여기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냈죠. 처음엔 정식 선수 따로, 연습생 따로 훈련하는 것도 좀 서럽고 속상했죠.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뛸 기회는 많지 않았거든요. 계약금 받고 들어온 선수가 우선이었으니까 많이 답답했죠.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출장 기회도 늘고 어느새 주전으로 뛰면서 조금씩 제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가장 절실했던 꿈이 이뤄졌으니 이젠 1군에서 뛰는 그 날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준비할래요."
속초에 계시는 부모님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최영진은 또 한 번 다짐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이라고 말이다.
"지명을 받고 온 경우보다는 좀 더 절실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벼랑 끝에 내몰린 느낌이랄까? 지금 마음 변치 않고 기다릴래요. 저의 다음 꿈이 이뤄지는 날이 언젠간 오리라 믿어요. 오늘처럼 말이죠."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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