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선발' 정현욱, 아웃카운트 하나 때문에 울다

[한상숙기자] 4년여 만에 선발 등판한 삼성 정현욱이 승리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정현욱은 8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2008년 7월 20일 대구 한화전 이후 첫 선발 등판이었다. 원래 선발 순번이었던 윤성환이 전날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서 제외된 탓에 정현욱이 4년 만에 깜짝 선발로 나섰다.

전문 불펜 요원의 선발 등판이라 류중일 감독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 듯했다. 경기 전 류 감독은 "몇 회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많이 던져야 40개였는데, 오늘은 80∼100개 정도는 던져야 한다. 잘 막으면 4∼5회는 가지 않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정현욱의 예상 밖 호투가 이어졌다. 정현욱은 5회 2사까지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었다. 초반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다소 고전했지만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3회부터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큰 위기 없이 5회를 맞았다.

1-0으로 앞선 5회말 2사까지 잘 잡아놓고 고비가 찾아왔다. 정근우에게 던진 5구째 직구가 가운데로 들어가 투수 옆으로 빠지는 중전안타로 연결됐다.

다음 타자 임훈에게 던진 초구 직구도 높게 제구돼 중전안타를 맞았다. 2사 1, 2루를 만들어준 정현욱은 다음 타자 최정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 유인구로 던진 커브가 낮게 제구됐고, 최정의 방망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2사 만루로 몰린 정현욱은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정현욱의 투구수는 93개였다. 기대를 넘어선 호투였지만 마지막 한계를 넘지 못하고 위기를 자초했다.

마운드는 이우선이 이어받았다. 그런데 이우선이 던진 초구가 원바운드로 들어가며 포수 옆으로 빠지는 바람에 3루 주자 정근우가 홈으로 내달렸다. 포수 이정식이 재빨리 공을 주워 홈으로 던졌으나 이 공마저 빗나가 2루에 있던 주자 임훈까지 홈을 밟았다. 안타 하나 없이 폭투와 실책으로 1-2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계속된 2사 3루서 이호준이 이우선의 2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당겨쳐 분위기를 완전히 SK쪽으로 끌고오는 좌월 투런포를 날렸다. 순식간에 4점을 내준 삼성 덕아웃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6회말 바뀐 투수 박정태가 박정권에게 우월 솔로포까지 얻어맞아 점수는 1-5로 벌어졌다. 결국 삼성은 점수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그대로 패했다. 최근 2연패.

경기 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정현욱이 4년 만에 선발 등판해 잘 던졌는데, 교체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고 패장의 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