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사이드암 또는 언더핸드로 공을 뿌리는 선수들을 보통 '잠수함 투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투수들에게는 좌타자가 우타자와 견줘 좀 더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그러나 우타석에 들어서는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는 올 시즌 잠수함 투수들을 상대로도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강정호는 10일 현재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로 23타수 8안타 타율 3할4푼8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도 3개나 쏘아올렸고 10타점을 뽑아내면서 자신의 시즌 평균 타율 3할4푼3리를 넘어섰다.
강정호는 지난 5월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팀이 1-2로 리드 당하던 9회 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나와 SK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사이드암 임경완을 상대로 2루타를 쳤다.
강정호는 후속타자 유한준의 2루타에 홈을 밟아 2-2 동점을 만들었다. 유한준의 적시타도 값졌지만 추격의 물꼬를 튼 강정호의 안타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강정호는 다음날 열린 SK전에서도 상대 선발 박종훈에게 3타점 적시타를 쳤다. 0-0으로 팽팽한 가운데 5회 말 타석에 나온 강정호는 균형을 깨는 한 방을 터뜨렸는데 박종훈도 언더핸드 투수였다.
이어 강정호는 지난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쳤다. 당시 넥센은 강정호의 홈런포로 LG에게 5-3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8회 강정호는 언더핸드인 우규민을 상대로 쐐기포(시즌 16호)를 터뜨렸다.
우타자이면서도 잠수함 투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강정호지만 "타석에서 언더나 사이드암 투수들이 다른 투수들과 견줘 상대하는데 있어 더 편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투수 유형을 굳이 가리진 않는다"며 "투수들과 수싸움에서 좀 더 앞서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 같다. 시즌 초반부터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는 편"이라고 얘기했다.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런 강정호를 보면 흐믓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박 코치는 "(강)정호는 투수를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코치는 강정호의 히팅 포인트가 다른 타자들에 비해 좀 더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고 상체에 붙어 나오면서 힘을 끝까지 실어 타격을 한다는 설명을 보탰다. 박 코치는 "타구 방향이 가운데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직한 일"이라며 웃었다.
박 코치는 "정호는 손목 힘도 센 편인데 순발력도 좋다"며 "노리는 공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배트가 나간다"고 칭찬했다. 그는 "정호에겐 따로 주문하는 건 없다. 선수 본인이 알아서 잘 한다"며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라 앞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체력적인 부담을 분명히 느낀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정호에게도 그 부분이 현재 유일한 걱정거리"라고 했다.
강정호는 기록만 놓고 보면 좌투수에 가장 강하다. 그는 좌투수를 상대로 올 시즌 39타수 15안타(4홈런)로 타율 3할8푼5리를 나타내고 있다.
박 코치는 "꾸준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홈런 개수보다 그 부분이 정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16개의 홈런으로 홈런레이스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는 강정호는 지난 주 팀이 치른 5경기에서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를 기록하며 꾸준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