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말주변도 없고 할 말도 없고…"
그동안 여러차례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해온 배우 윤제문을 처음 만나는 자리. 단독 주연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그동안 매체 인터뷰를 사양해온 이유에 대해 예의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웃음기 없이 짧은 대답을 이어가는 그는 "연기 이외에는 할 줄 아는게 없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연극배우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각종 부업을 전전했지만 연기 외에는 잘 하는 것이 없었던지라 실패를 했다고.
"음반 도매업을 좀 했다가 망했죠. 그리고선 아르바이트를 좀 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러나보니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동대문에서 아동복 가게를 했는데, 낮에는 연극무대에 서고 밤에는 장사를 하고요. 장사도 잘 못했어요. 공연 후 급하게 먹은 술 탓에 잠을 자기 일쑤였고 옷 가격도 잘 모르면서 장사를 했으니까요. 돈만 까먹고 망했죠 뭐."
연극 무대에 서는 동안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배우의 길에 대한 생각은 흔들려 본 적이 없다는 윤제문. 지금은 연기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좀 불편한거지 연기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어요. 무대에 서는게 너무 좋았으니까요. '청춘열차'를 본 봉준호 감독 추천으로 임필성 감독과 '남극일기'를 하고 그 후로는 꾸준히 영화가 들어왔어요. 영화도 하고 연극도 하고 지금은 드라마도 하니 좋죠."
저예산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에서 주연을 맡은 윤제문은 "너무 강한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영화 속에서 윤제문은 무미건조한 일상을 행복으로 알고 살아가는 환경과 7급 공무원 캐릭터를 연기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건조하지만, 인디밴드 멤버가 되면서 잃었던 열정과 삶의 활기를 되찾는 인물이다.
"인물이 이상하지만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영화나 배역을 경험해본적이 없던 차라 욕심이 생겼죠. 악역만 하다보니 센 이미지가 있어서 그것도 좀 바꿔볼까 싶었고요. 대중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더 킹 투 하츠'를 통해 윤제문은 그동안의 연기 생활을 통틀어 최고의 인지도를 얻었다.
"TV가 파급력이 크긴 크더군요. 예전에는 얼굴만 보고 '배우 아냐' 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꼬마들도 '봉구, 봉구'하면서 놀려요. 그런 상황에 웃음만 나더라고요. 이런 반응이 재미있어요."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개봉 이후 윤제문은 7월 내 두편의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 정보국 요원 역을 맡은 '동창생'과 한물 간 조폭 역을 맡은 '전설의 주먹'으로 윤제문은 또 한번 선굵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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