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개인'보다 '팀'을 강조했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3) 감독이 한국 축구사(史)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5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영국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5-4로 이기고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1948년 런던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의 한국 축구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성인대표팀이 2002 한일월드컵 4강을 제조한 지 꼭 10년 만에 올림픽대표팀이 새로운 신화를 쓴 것이다.
10년 전 홍 감독은 주장 완장을 차고 월드컵에 나서 4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었다.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한 뒤 두 손을 들고 포효하던 홍명보의 모습은 대한민국 4강 기적의 아이콘처럼 돼 있다.
홍 감독은 지난 2007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던 대표팀의 코치를 맡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그는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했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을 맡아 8강 진출을 이뤄낸 홍 감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전을 목전에 두고 4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홍 감독은 A대표팀과 겹쳐 선수를 제대로 차출하지 못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묵묵히 그만의 길을 걸었다. 개인의 희생으로 팀이 움직이는 것이 결국 좋은 성적을 이뤄낸다는 축구 철학을 확실하게 알렸다.
고비마다 홍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했다.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박주영의 병역 연기 논란이 벌어졌을 때는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가겠다"라는 발언으로 강단을 보여줬다. 그의 선택은 첫 승을 만드는 박주영의 스위스전 선제골로 이어졌다.
본선을 앞두고 중앙 수비수 홍정호, 장현수를 부상으로 잃었지만 자신이 믿었던 김영권과 황석호를 기용해 조별리그 3경기를 1실점으로 마치며 한국을 수비가 가장 안정된 팀으로 만들었다.
8강 영국전에서는 치밀한 전략과 선수 기용으로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다. 김보경 대시 지동원 선발 카드를 꺼내 선제골을 만들었고, 골키퍼 정성룡이 부상당한 뒤에는 최종예선에서 활약했던 이범영을 교체 투입해 승부차기서 다니엘 스터리지의 킥을 막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모두가 팀을 생각해 이뤄낸 결과였다.
한국은 4강에서 브라질과 겨룬다. 홍 감독은 "어디까지 갈 지 모른다"는 출사표를 던졌고, 조별 예선과 8강을 통과시키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한국 축구의 신화 창조 현장에 늘 중심이 됐던 홍명보, 런던 올림픽에선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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