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한화의 주중 3연전 둘째 날. 두산은 선발 이용찬의 호투와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 윤석민의 쐐기 홈런으로 3-1로 승리, 2위 자리를 지키면서 선두 삼성과 2.5 게임 차를 유지했다. 전날 김현수, 최준석의 홈런 등 장단 13안타를 터뜨리며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하며 승리했던 두산 타선은 이 날은 상대 선발 바티스타에게 8회까지 3안타에 그쳤지만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 6피안타 1실점으로 버틴 이용찬에게 시즌 9승째를 안겨줬다.
이 날 경기에서 김진욱 감독은 데뷔 2년차 외야수 정진호를 톱타자로 내세웠다.
"처음이라 잘 하고 싶었는데 잘 하지 못해 아쉬워요. 언제 또 이런 기회를 잡겠어요?"
유신고-중앙대 출신으로 지난해 두산에 5라운드(전체 38번) 지명돼 입단, 프로 2년차인 정진호는 생애 첫 1군 톱타자로 나서며 부담감도 없지 않았지만 '늘 서왔던 자리'라는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첫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을 시작으로 2, 3번째 타석 모두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3타수 무안타에 그친 정진호는 5회말부터는 임재철과 교체돼 물러났다.
지난해 두산 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등 호타준족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진호는 교체요원으로 자주 모습을 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총 47경기에서 35타수 4안타 3타점 4도루를 기록했다. 1군과 2군을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2군 성적도 평범했다.
"작년엔 정말 최악이었죠. 이제 겨우 적응했어요. 올핸 2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어요."
지난해는 아무 것도 모르고 보낸 것 같다며 정진호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2011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래 늘 공수주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량을 펼치며 팀 공격을 주도해온 그였으나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했다.
"초·중·고·대학까지 톱타자로만 나갔거든요. 2군에서도 1번을 쳤지만 확실히 의미가 다르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첫 타석만 버리고 생각하면 9번 타자나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고 나섰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
쟁쟁한 선후배들의 기에 눌려 풀죽어 지냈던 정진호는 올 시즌 품고 있던 자신의 기량을 조금씩 발휘, 2군에서 3할 중반의 고타율을 과시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달 11일 1군 엔트리에 입성해 현재까지 팀 전력에 알게 모르게 힘을 보태고 있다.
정진호는 8일 현재 18경기서 30번 타석에 들어서 25타수 8안타, 3할2푼 타율에 3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 시도 3차례를 모두 성공시키며 작전 수행 능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고, 다소 불안해 보였던 수비도 안정감을 찾았다.
그가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왼 종아리 타박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정수빈의 공백도 한 몫을 했다. 정진호는 유신고 2년 후배 정수빈 덕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팀내 라이벌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제가 넘어야 할 산은 임재철 선배님이거든요. 내일 좌완이 선발이라 경기 출장이 힘들 거 같아요. 제게 주어지는 기회를 최대한 잘 했어야 했는데…" 톱타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그였다. 그러나 '1군에서 버티기'로 정한 올 시즌 목표를 다시 떠올렸다.
"솔직히 가장 편하고 내 자리같은 1번 톱타자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좀 더 실력을 키워야죠. 올 시즌 마치고 군 입대를 계획 중입니다. 제대하고 오면 새로 도전해야죠."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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