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티에리 앙리와 로빈 판 페르시. 두 선수는 닮았다.
이들 두 걸출한 축구 스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비슷한 길을 걸었다. 둘 모두 유럽의 그럭저럭한 공격수에서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후 세계적인 공격수로 거듭났다. 앙리와 판 페르시 모두 아스널에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또 두 선수는 똑같이 아스널에서 8시즌을 뛰었다. 앙리는 1999년에 입단해 2007년까지, 판 페르시는 2004년에 입단해 2012년까지 아스널의 유니폼을 입었다. 앙리는 총 369경기에 출전해 226골을, 판 페르시는 277경기에서 나서 132골을 기록했다. 아스널 간판 공격수로 군림했던 것도 비슷하다.
또 앙리와 판 페르시는 다르다. 아스널을 떠날 때 두 선수는 상이한 길을 걸었다.
앙리는 아스널을 떠났지만 '영웅'이 됐고 판 페르시 역시 아스널을 떠났지만 '역적'이 됐다. 아스널을 떠난 앙리는 아스널 팬들의 추억 속에 '킹'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아스널을 떠난 판 페르시는 아스널을 배신한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앙리는 2007년 아스널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아스널 팬들은 아쉬움을 표현했고 '킹'의 이적에 슬픔을 드러냈다. 그래도 박수를 치며 '킹'을 스페인으로 떠나보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앙리와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어디에 있든 앙리는 아스널의 전설이었다.
판 페르시는 같은 프리미어리그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아스널과 맨유는 1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판 페르시 이적 확정을 발표했고 이적료는 2천400만 파운드(약 426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판 페르시는 잉글랜드에 남았다. 그것도 아스널의 리그 최대 라이벌 맨유로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아스널 팬 입장에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판 페르시가 맨유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동안 아스널에서의 추억과 감동을 모두 버리겠다는 의미다. 아스널 팬들의 분노는 치솟고 있다. 아스널 희대의 역적의 탄생한 것이다.
미국 뉴욕 레드불스에서 뛰고 있는 앙리는 지난 1월 2개월 임대 형식으로 아스널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FA컵 64강전 리즈 유나이티드(2부 리그)와의 경기. 앙리는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널 팬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킹'의 귀환을 반겼다. 그리고 앙리는 그라운드에 투입된 지 10분 만에 골을 넣으며 '킹'의 위용을 뽐냈다.
판 페르시도 아스널 홈구장을 다시 밟을 것이다. 새 소속팀이 된 맨유의 아스널 원정경기 때다. 그 때 판 페르시는 아스널 팬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을까. 배신자로 낙인 찍힌 그의 등장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또 다른 의미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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