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전광판에 들어온 아웃카운트는 2개. 이를 나타내는 빨간색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승부를 알 수 없는 연장 12회 말 마지막 공격 주자는 3루. 끝내기 기회였다. 대기타석에서 심호홉을 했다. 앞서 타석에 선 타자가 경기를 끝낼 수 도 있었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한다면 그대로 경기는 끝나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연장 12회 말 타격 준비를 하고 있던 롯데 손용석이 그랬다. 이날 삼성의 여섯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정인욱은 김주찬을 고의사구로 거르고 손용석을 상대했다.
정인욱에게는 김주찬은 이날 2안타를 쳤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손용석은 11회 초 수비에서 조성환 대신 2루수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번이 첫 타석이었다.
손용석은 2사 1, 3루에 타석에 나왔다. 그때 그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한 가지 생각만 했다. 그는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 원볼에서 정인욱이 던진 3구째를 밀어쳤다. 타구는 삼성 우익수 우동균의 머리 위를 훌쩍 넘어갔다. 끝내기 안타. 롯데는 이날 5시간 9분의 접전을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고 마지막 주인공은 손용석이 됐다.
그러나 이날 안타 하나가 주전 자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손용석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그날 경기를 떠올렸다. 사직초-부산중-부산고를 나온 그는 '부산 토박이'다. 어릴때부터 롯데가 익숙했고 자연스럽게 글러브를 손에 꼈고 방망이를 잡았다.
고향 팀 롯데는 지난 2006년 1차 지명으로 손용석을 뽑았다. 프로선수가 됐지만 손용석에게 1군의 벽은 대부분 신인선수들처럼 높았다. 입단 첫해 4경기에 잠깐 나온 그는 2007시즌 대수비와 대타로 나오면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44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부산 팬들은 대타로 나오면서 심심치 않게 안타를 뽑아내는 그를 주목했다. 그런데 덜컥 부상이 찾아왔다. 어깨를 다친 그는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2008시즌 후반기 복귀를 노렸으나 그는 군입대를 결정하고 그해 3월 3일 입대했다.
전역 후 다시 돌아온 그라운드 그러나 마음먹은대로 일이 풀리진 않았다. 지난해 49경기에 나온 그는 타율 2할6푼3리(49타수 15안타)를 기록했다. 절치부심했지만 올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1군 출전 횟수나 기회도 줄었고 2군이 있는 상동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손용석은 지난달 28일 다시 1군으로 복귀했다. 그는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 사치"라고 했다. 컨디션 조절은 1군에서 자기 자리가 확실한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벤치에서 나를 대타로 내보내는 건 그래도 51%의 확률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매 타석 안타를 칠 순 없다. 그러나 그 절박함이 손용석을 뛰게 만든다.
하지만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 그도 이 부분을 잘알고 있다. "지난 시즌과 견줘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앞섰다. 욕심이 과하면 안되는데 의욕만 앞섰던 것 같다." 잘해야한다. 제몫을 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손용석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대타와 대수비라는 임무를 즐겁게 받아 들이기로 했다.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서 그는 주로 3루수로 뛰었다. 롯데 공필성 퓨처스 수비코치는 그에게 "어느 자리에서 뛰더라도 그게 바로 네 자리"라고 조언했다. 자신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손용석은 1군에서는 3루수가 아닌 2루수로 뛰는 경우가 많다. 그는 "지금은 1군에 있지만 공 코치님의 얘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손용석이 정한 목표는 간단하다. 팀의 활력소 즉 비타민 같은 존재다. 그는 "찬스를 만들거나 득점 기회에서 안타를 쳐내는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손용석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3연전에 모두 나왔다. 17일 경기에는 8회 말 대타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났고 18일에는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으나 두 차례 타석에서 모두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다음날 다시 7회 말 대타로 타석에 나와 볼넷을 얻었다.
그러나 기가 죽진 않는다. 어차피 지난 결과를 다시 돌릴 순 없다. 그라운드에 훈련을 하러 나갈 때나 들어올 때 가장 큰 소리로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화이팅을 외친다. 더 나은 내일이 있고 그렇게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달린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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