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이토록 로맨스가 절실한 순간이 있었을까. 아침 저녁으로 불어대는 코끝 시린 바람에 옆구리가 시려서도 아니요, 신혼의 행복에 겨워 깨볶는 소리를 해대는 친구 때문도 아니다. 다만, TV에서 그려놓은 이상적인 로맨스의 정석이 2030 여성들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연애 바이러스'를 유포하며 '로맨스 로망'을 키워낸 범인은 바로 지난 9일 종영한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이하 '로필 2012', 극본 정현정, 연출 이정효 장영우)다.
지난해 '로맨스가 필요해'로 큰 인기를 얻은 이래 두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로필 2012'는 33세 동갑내기 친구들의 일과 우정,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내며 또한번 흥행대박을 거뒀다. 드라마의 마지막회인 16화는 2030 여성 시청층에서 최고 시청률 2.87%(케이블 가입가구, TNmS 기준) 까지 치솟으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로필 2012'는 출생의 비밀, 집안의 반대, 질투와 복수 같은 막장 소재 없이도(불치병은 등장한다) 간절하고 애타는 로맨스를 그려냈다. 그것은 바로 '공감 100%'를 이끌어내는 드라마 속 명대사 덕분이다. 가슴시리게 현실적이면서도 어느새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 '로필 2012'의 정현정 작가를 만났다.
◇ 석현-열매, 이별에서 재결합으로…결론 뒤바뀐 긴박했던 24시간
"원래는 석현(이진욱)과 열매(정유미)의 이별이야기를 그릴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열매는 자연스럽게 지훈(김지석)에게 돌아가는 결론을 만들어놨었죠."
'로필 2012'는 지난 시즌1에 이어 또한번 오랜연인인 남녀주인공이 재결합하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하지만 정현정 작가는 당초 계획은 '석현과 열매의 이별, 그리고 열매와 지훈의 새로운 연애이야기'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 작가의 계획은 드라마 중반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랑했을 때는 마음이 엇갈리고, 여자가 원할 때 남자는 도망치고, 남자가 진심을 알아차렸을 때 여자에겐 다른 남자가 생기고. 이 모든 '보통의 연애' 과정을 다소 쓸쓸하게 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10회를 쓰고나서 한차례 고민에 빠졌다. '열매를 잃은 석현은 실패한 연애 외에 어떤 의미를 갖는걸까?'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그는 결국 마지막회인 16부 대본을 앞두고는 "세 사람을 모두 찢어놓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16부 대본이 나오기 24시간 전, 정현정 작가는 주인공 이진욱과 정유미, 그리고 두명의 연출가를 모두 소집했다. 그리고 어떤 결론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진욱은 그냥 '멋있게 떠나게 해달라. 너무 힘들지 않게 살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반면 (정)유미는 '열매가 석현을 놓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두 감독님도 유미와 같은 의견이었고요. 결국 극적으로 결론이 바뀌었죠."
두 주연배우와 결론을 바꾸기로 결정짓고 돌아서자 이번엔 보조작가들이 "신지훈은 어쩔거냐"고 따져묻기 시작했다. "이렇게 결론을 바꾸면 신지훈이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면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기도 했다.
"저 역시 결론을 바꾸고 너무 마음이 괴로웠어요. 마지막회 대본을 보내고 나서 (김)지석이에게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지석이 '네 괜찮아요. 저도 이게 맞는거 같아요. 전 지훈이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대본을 송고하고 한밤중에 눈이 떠졌는데 눈물이 막 흐르더라고요. 지훈이가 너무 불쌍하고, 지훈이에게 너무 미안해서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조이뉴스24 글 사진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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