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전설이 될 뻔한 남자들이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불꽃처럼 열정을 불태웠던 그들은 꿈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14년만에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왔다.
R.ef는 25일 '잇츠 알이에프(It's R.ef)'를 발매하고 가요계에 깜짝 컴백을 알렸다. 2004년 발매한 '사랑은 어려워' 이후 8년 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1998년 발매한 4집 '포에버(Forever)' 이후 14년 만에 발표하는 제대로 된 앨범이다.
다시 돌아온 R.ef는 1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모습 그대로다. 다만 박철우가 빠지고 이성욱, 성대현 2인 체제로 활동한다는 것이 조금 달라졌다. 현재 본인의 사업을 하고 있는 박철우는 R.ef 활동을 고사하고 뒤에서 물심양면 멤버들을 지원하고 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청춘나이트'를 통해 물꼬가 터진 이들의 컴백 준비는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급물살을 탔다.
"계속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춘나이트가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방송 이후로 음반을 준비하게 됐고 콘서트도 하게 됐죠. 앨범은 오래 전부터 만들었었지만 소속사가 망해서 출시가 안 되기도 했고 사실 마땅한 기회가 없었어요. 계속 기회를 찾으면서 음반을 내려고 했는데 정말 우연한 기회로 방송을 하게 됐고 앨범까지 나오게 됐어요. 청춘나이트가 없었다면 이런 기회가 없었을 것 같아요. 정말 여러 가지가 잘 맞물린 거죠." (이성욱)
말이 14년이지 강산도 한 번 바뀌었을 세월이 지났다. 당시 두 사람을 오빠로 모시던 수많은 소녀팬들은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부인이 됐고, 무대 위를 휘젓던 이성욱-성대현 역시 한 가족의 가장이 됐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단 한 가지 바뀌지 않은 것은 음악, 무대를 향한 이들의 열정이었다.
"감회라고 할까요. 저희들이 원치 않는 해체를 했기 때문에 가수에 미련이 굉장히 있었죠. 하지만 이미 해체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방법도 없었어요.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는 못할 줄 알았던 R.ef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게 되니까 정말 감회가 남다르네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잘 되든 안 되든 살면서 내 삶에서 더 이상 미련은 없을 것 같아요. 이 앨범을 시작으로 큰 성공을 거두겠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겠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그냥 우리가 잃어버렸던 십몇년의 시간을 다시 되찾아오자,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을 편안하게 해 보자라는 생각이죠. R.ef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다시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보자는 느낌, 그냥 편안하게 좋은 댄스음악 하는 친구들이다 이 정도만 느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성대현)
기획사와의 불화는 최고의 자리를 달리던 R.ef의 활동에 급제동을 걸었다. 멤버들이 원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R.ef는 팬들과 무대와 그렇게 안녕을 고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R.ef라는 이름은 영원히 추억 속에만 자리잡는 듯 했다. 멤버들은 다시 뭉쳐 컴백을 도모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오른 무대, 90년대를 그리워하는 3040 세대들은 그 시절 댄스 음악에 열광했고, R.ef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 됐다.
"때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원하던 일이 잘 안 될 때에는 '이게 우리가 갈 길이 아닌가보다' 그런 확신을 셋 다 가지고, 가슴 속에 본업을 정하고 자기 갈 길을 각자 가게 됐던 거죠. 그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마음 속에서만 미련을 가지고 각자의 생활을 했을 뿐인데, 또 한 번 느끼지만 살면서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성대현)
"마음 속 열정은 그대로였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해체 할 때 언젠가 우리 셋이 모여서 앨범을 다시 내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었죠. 사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걸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90년대 음악과 함께 저희 음악도 재조명 받게 되면서 용기와 힘을 얻었어요. 그 때는 없었던 용기가 생기면서 이렇게 음반까지 내게 된 거죠." (이성욱)
새 앨범 '잇츠 알이에프'에는 은지원이 피처링에 참여한 '사랑을 모르나봐 파트 원'과 히트곡 '이별공식' 연장선상에 서 있는 '사랑공식' 두 곡이 실렸다. R.ef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동안 해보지 못 했던 'R.ef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다. 3040이 된 R.ef가 하고 싶은, 그리고 3040이 된 팬들이 듣고 싶은 그런 음악이다.
"저희가 요즘 아이돌을 따라서 그런 음악과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까요? 못해요 절대(웃음). 90년대가 재조명 받는다는 건 그 때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거죠. 저희도 3040이라 그 때의 음악을 듣고 싶은데 지금 아무도 안 하고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하자는 거죠." (성대현)
"예전에는 저희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데도 저희의 색깔이 반영이 안 됐어요. 디렉터나 제작자 틀에 맞춰져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우리의 의사나 감정, 색깔이 전혀 표현이 안 됐죠. 지금 수록된 곡 포함해서 6곡 정도 녹음했는데 저희의 감정 표현도 정말 잘 됐고, 들으시는 분들도 편안하실 것 같아요." (이성욱)
이들의 시작은 분명하다. 끝내고 싶을 때 끝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음악을 단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는 것, 그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새로운 R.ef 출발의 시작점이다. 때문에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다거나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겠다는 원대한 꿈은 없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다.
"예전의 명성에 얽매여서 지금 활동을 하지 못 하거나 제약을 느낀다는 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출발점 자체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 번도 해보지 못 했다는 것, 그거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어요. 돈을 벌고 앨범을 많이 팔아야 성공이다 그런 기준은 저희와는 맞지 않아요." (성대현)
"저희가 큰 인기를 누려봤기 때문에 더 이상 큰 인기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저희를 필요로 하는 장소와 음악에 맞는 R.ef가 되고 싶어요. 저희 때의 단 몇 사람이라도 '노래 좋다, 옛날 생각 난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듣고 싶은 음악을 저희가 하는 거니까 그냥 그 정도만 해도 만족스러워요. 음원사이트에서 다운 받아 주시고 이런 건 원하지 않아요.(웃음)" (이성욱)
"저도 다운을 못 받는데 다운로드로 돈을 벌기를 원한다면 그게 더 비정상이죠." (성대현)
R.ef는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은지원을 시작으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 역시 피처링으로 이들을 지원사격할 예정.
눈물났던 R.ef의 마지막 역사를 해피엔딩으로 다시 바꾸기 위해 오빠들이 돌아왔다. 세월을 거슬러 부활한 R.ef의 14년만의 컴백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