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축구 선수에게는 많은 영광이 있다. 그 중 '센추리클럽 가입'은 어떤 영광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업적이다.
A매치 100경기에 출전해야 이룰 수 있는 센추리클럽이라는 영광. 센추리클럽이라는 이름 안에는 꾸준함, 성실함, 대표성, 스타성 등 많은 가치와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야말로 한 국가의 축구를 중심에 서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 보증수표다.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이는 곧 그 국가의 축구의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한국에도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단 8명 존재할 뿐이다. FIFA의 공인을 받은 한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차범근(121경기), 홍명보(135경기), 황선홍(103경기), 유상철(122경기), 김태영(10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7경기), 박지성(100경기) 등 8명이다.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센추리클럽 가입이 얼마나 어렵고 가치 있는 영광인지. 또 센추리클럽 가입이 곧 한국 축구의 역사라는 것을.
한국 축구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또 한 명의 스타가 센추리클럽 가입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라이언 킹' 이동국(33, 전북 현대)이다. 이동국은 1998년 5월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1998 프랑스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안컵, 동아시아연맹 선수권 등을 치르며 A매치 93경기까지 달려왔다.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 전망은 밝았다.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최강희 감독이기 때문이었다. 최 감독과 이동국은 전북에서 사제로 뜨거운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모두가 이동국을 향해 'NO'라고 할 때 최 감독은 'YES'를 외쳤다. 최강희호가 출범하면서 이동국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승승장구했다. 이동국의 활약으로 최강희호의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행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최 감독의 신뢰가 변함없는 한 이동국은 센추리클럽에 무난하게 가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이 '꿈'으로 끝날 수 있는 시련이 찾아왔다. 최 감독은 오는 10월17일(한국시간)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체력과 경기력 저하를 이유로 이동국을 대표팀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최강희호 출범 후 첫 제외다.
센추리클럽 가입까지 7경기가 남았다. 눈앞에 영광이 보이는데 이동국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한 대표팀에 이동국이 들어갈 틈은 시간이 갈수록 좁아만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동국이 다시 대표팀에 들어갈 기회를 잡는다는 것을 낙관할 수 없다. 단 7경기 남은 상황에서 이동국의 꿈은 '물거품'이 되는 것일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꼭 센추리클럽 가입을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이동국 개인의 영광을 위해 대표팀이 희생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표팀에서 이렇게 물러나기에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물러나더라도 조금 더 당당하게 사자의 포효를 내지르며 물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시련을 겪은 축구선수가 또 있을까. 이동국에게 또 시련이 찾아왔고 그는 다시 한 번 시련을 이겨내려 한다. 이동국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감독 역시 언제든지 이동국이 다시 대표팀에 돌아올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버렸다고 하는데 버린 것은 아니다. 이동국이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또 상대에 따라 전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다시 뽑을 수 있다"며 애제자 이동국을 향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26일 K리그 33라운드 수원전에서 2골을 넣으며 포효한 이동국은 "이란전 제외가 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더 좋은 결과가 올 것이다. 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월드컵에 뛰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늘 앞에 있는 경기를 준비하다가 보면 거기(본선)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부활을 다짐했다.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꿈으로 끝날 것인가, 현실로 이뤄질 것인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다면 꿈으로 끝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의지로 지금 닥친 시련을 극복한다면 현실로 이뤄질 것이다. 모든 것이 이동국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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