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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극중 커플 실제 교제, 보면 알겠더라"(인터뷰)


영화 '회사원'서 킬러 지형도 역 연기

[권혜림기자] 배우 소지섭은 연기에 임할 때면 상대 캐릭터를 실제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요즘은 다 티가 나더라"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캐릭터가 아닌 배우 본인으로서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떨까. 소지섭은 "실제로 사랑을 하는 이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행동이나 눈빛에서 분명 티가 나더라"며 "일을 조금 하다 보니 대충은 알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회사원'으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지섭을 7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가 부산에서 모든 홍보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이었다. 연이은 인터뷰와 무대인사 일정에 다소 피곤해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소지섭은 모든 질문에 차분히, 진중한 답을 이어갔다.

소지섭은 '회사원'에서 킬러 지형도 역을 연기한다. 하는 일이 남다를 뿐, 지형도 역시 평범한 회사원들처럼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사람을 해치는 것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그저 다른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고독한 삶, 그 자체에 괴로움을 느끼는 캐릭터다.

작품에 빠져있는 동안, 소지섭은 극 중 처한 상황을 실제 일상에서도 놓지 않는다. SBS 드라마' 유령'에서 콤비 플레이를 펼쳤던 배우 곽도원과는 앞서 작업한 '회사원' 촬영 당시만 해도 '어색한' 사이였다.

"곽도원 선배는 극 중 저를 갈구고, 저는 무시하는 상황이예요. 선배는 영화 속에서 낙하산인데다 회사에서 인정도 못 받는 인물이라 내근을 하고 저는 외근을 하죠.(웃음) 곽도원 선배와 그 당시엔 어색한 사이였어요. 사이가 좋지 않은 극 중 상황을 실제로도 계속 생각하면서 덜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선배도 그렇더라고요. '미안하다 사랑한다' 때는 제 어머니 역을 맡은 이혜영 선배님과 거의 말을 안 섞었어요. 선배님도 보통 말을 걸지 않으셨고요. 너무 친해져버리면 감정이 안 나오더라고요."

소지섭이 연기를 하며 사랑에 빠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배우 소지섭으로서가 아니라 극 중 캐릭터로서, 상대를 사랑하려 노력하는 것이 그의 연기론이다. 소지섭으로서 감정과 극에 몰입한 상태의 감정이 종종 헷갈릴 때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작품에 대한 여운은 오래 가지만 상대에 대한 감정은 연기가 끝나는 순간 거의 사라진다"며 "그래야 일을 오래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공개 연애에 대한 소지섭의 솔직한 생각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어느덧 데뷔 17년차 배우가 된 그는 "요즘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긴 하다. 많이 편해진 것 같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전부터 활동을 했던 배우들의 경우 '스캔들 한 번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공개연애는 특히 상대의 인생에 있어 오점이 될 수 있어요. 결혼을 할 게 아니라면요. 내 이름을 검색하면 그 이름도 함께 뜨면서 누구의 애인이었다는 게 남게 되니까요. 어설프게 스캔들이 나면 상대가 너무 괴로워지죠."

암묵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이 끝없이 많은 배우의 삶은 소지섭에게 늘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은 연기가 무척 좋지만, 배우로서 행복과 고통은 늘 공존한다"며 "'회사원'에서 연기한 지형도처럼 가슴속엔 늘 사직서를 품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가 좋아서, '액션'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힘들어하다가도 배우로 돌아오는 거죠.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인터뷰를 하는 것,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시선과 비즈니스 등 모든 것이 부담이기도 해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끄집어내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제 안이 텅텅 비었다고 느낄 때는 도망을 가고 싶죠. 지금이 그런 시기이기도 해요. 연기란, 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과 친해지고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는 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차분하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소지섭에게 평소 일과를 묻자 "일어나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사무실에 가고 직원들과 함께 밥을 해 먹는다. 운동을 하고, 주변 지인들을 만난다"고 답했다. 그야말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소지섭은 "재미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말했다.

1977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이 된 그에게 나이를 먹는 것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지금까진 괜찮은 것 같다. 나이를 먹는 것이 좋고 40대가 기대된다"는 말로 시선을 끌었다.

"배우에게 시간이 주는 느낌은 나이를 먹어야만 가질 수 있어요. 연기할 때 그 눈빛은 세월이거든요. 물론 어린 친구들도 연기를 잘 하지만 외적으로, 서 있을 때 풍기는 그 느낌은 결국 세월이에요. 저는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 힘든 걸 어떻게 다시 할까.(웃음) 멋지게 늙고 싶어요."

소지섭과 이미연·김동준·곽도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회사원'은 살인청부회사 영업2부 과장 지형도(소지섭 분)가 평범한 인생을 꿈꾸며 모두의 표적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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