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엉큼한 두 남자' 10cm가 2년만에 정규 2집을 발매했다.
10cm는 10일 오후 서울 홍대 클럽에반스에서 정규 2집 앨범 '2.0' 음감회를 열고 수록곡들을 처음 라이브로 공개했다.
10cm의 정규 2집 앨범 '2.0'은 총 12곡으로 구성됐다. 특이한 점은 타이틀이 3개라는 것. 비틀즈의 '헤이 주드(Hey Jude)', '렛잇비(Let it Be)'의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한 '파인 땡큐 앤드 유?(Fine, Thank You and You?)'가 메인 타이틀, 10cm 특유의 야한 감성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뚝심있게 증명하는 '오늘밤에'가 19금 타이틀, 최백호에게 주려다 욕심나서 직접 부른 '한강의 작별'이 성인 타이틀로 선정됐다.
약 2년만에 신보를 발매한 10cm는 "1집 때는 녹음만 6개월이 걸렸다. 치열하게 욕심을 많이 담느라 녹음을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며 "2집은 녹음을 즐기면서 했다. 녹음 기간도 많이 줄이고 데이브레이크의 베이스 김선일씨가 저희 음반 디렉터로 참여해 주셔서 좀 더 즐겁게 했다"고 음반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10cm 멤버들의 매력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서 발현된다. '음원사이트에서 우리 노래를 들어봤는데 정말 좋더라', '이제 10cm는 더 깊이 있는 사운드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같은 자신감 넘치는 발언들은 10cm의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평소에는 재치 넘치고 가벼운 10cm이지만 음악만큼은 진지하다. 때로는 찌질하고 질펀한 가사와 멜로디의 10cm 음악들은 2집에서 더욱 그 풍미가 짙어졌다. 이별 앞의 찌질함도, 사랑 속 끈적함도, 가끔은 당혹스러운 19금 표현도 다양한 음악속에서 더욱 풍부하게 구현됐다. 10cm 특유의 매력이 묻어나는 '그대와 나', '냄새나는 여자'를 비롯해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와 끈적하면서도 섹시한 권정열의 보컬이 조화를 이룬 '한강의 작별', 윤철종의 하드보일드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오늘밤에', 존경하는 세시봉 선배들을 향한 오마주 '마음' 등 다양한 색깔의 곡들이 앨범을 꽉 채웠다.
10cm가 설명하는 이번 앨범의 특징은 더 거칠어지고 촌스러워졌다는 것. 억지로 추구하고자 했던 세련미도 버리고, 나오는 소리 그대로를 담았다.
권정열은 "우리 두 사람 모두 1집 앨범 결과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들 좋아하길래 좋은가보다 했었던 건데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사실 저희 음악 잘 한다. 1집에서 티가 안 난 것 같다. 정말 잘 하는데 왜곡되서 나온 게 있어서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집 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가 있었지만 너무 욕심이 들어가 있지 않았나 싶다"며 "1집은 20대 중반에 작업했던 곡이 대부분이다. 2집은 30대를 넘기고 만든 곡들이라 정서가 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철종은 "오히려 더 비주류로 간 것 같다. 1집 때 보다 더욱 촌스러워졌다"고 말했고, 권정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는 죽을 때까지 못 하지 않을까"라고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1집 앨범의 대성공도, 상업적인 명예도 10cm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10cm는 자신들의 마스코트나 마찬가지였던 젬베를 과감히 버렸다. 10cm는 "1집 때는 많이 사용했는데 좀 질렸다. 전문 젬베 쓰는 사람들도 아니고 잘 치지도 못한다"며 "저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젬베 치면서 노래하는 분들도 너무 많이 생겼다. 이제 10cm는 더 깊이 있는 사운드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대박이다. 마이클 잭슨도,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도 있고, 최백호, 비틀즈까지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한 10cm의 생각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이 2년만에 순산해 낸 '2.0'에는 10cm만의 감성이 오롯이 담겼다. '우리는 음악을 굉장히 잘 한다'는 이들의 말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들린다. 그래서 밉지가 않다. 자랑인듯, 또는 장난인듯 던지는 말 속에 녹아 있는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10cm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봐야 알 수가 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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