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두산이 뛰고, 우리가 에러하고. 그러면서 졌지."
악몽이 실현되는 것일까.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내리 이긴 롯데는 1승만 추가하면 여유 있게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11일 3차전에서 2-7로 패하며 첫번째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과 찬스를 잇따라 놓친 타선의 무기력, 여기에 실책성 플레이들이 겹치면서 도무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두산이 잘 쳐서 이긴 경기는 거의 없었다. 상대가 뛰고, 우리가 에러하고. 그러면서 점수를 줬다. 이종욱이나 오재원은 내보내면 안 된다. 나가면 뛴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양승호 롯데 감독이 한 말이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로 결정돼 있던 두산과의 시즌 경기를 돌아보며 짚은 팀의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롯데는 이종욱과 오재원을 출루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1회초 첫 타자 이종욱이 사도스키가 던진 공에 오른 종아리를 맞고 출루했다. 공을 맞은 뒤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종욱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코치와 트레이너가 나와 이종욱의 상태를 살폈다. 만약 살림꾼 이종욱이 교체된다면 두산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 때 이종욱이 투지를 발휘했다. 어렵게 일어나 1루로 걸어갔다. 그리고 민병헌의 타석에서 도루까지 감행했다. 성치 않은 다리 상태인데도 사력을 다해 2루를 훔쳤다. 이어 민병헌의 희생번트 때 3루까지 갔다.
이종욱의 활약으로 만든 1사 3루 찬스. 여기서 김현수의 좌중간 적시타가 나와 두산은 선취점을 올렸다. 최준석의 2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설상가상 사도스키는 1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강판했다. 롯데로서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모든 것은 이종욱의 발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오재원은 3차전 MVP로 뽑혔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롯데를 흔들었다. 1회와 3회, 5회 모두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 2개와 사구 1개를 얻어냈다. 7회 결정적인 한 방도 날렸다. 오재원은 4-2로 앞선 7회초 1사 1, 2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쐐기 3루타를 때렸다. 이어 이원석의 땅볼 때 홈까지 들어와 추가점을 올리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그림같은 호수비도 있었다. 오재원은 3-2로 추격당한 3회말 1사 1루에서 박종윤의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안타성 땅볼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냈다. 일어설 시간이 없었던 오재원은 쓰러진 채로 글러브로 유격수 김재호에게 공을 토스했고, 이는 2루와 1루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로 연결됐다. 상대 흐름을 끊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상대를 막지 못했다면 기본은 지켰어야 했다. 그러나 롯데는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1회말 1사 만루 박종윤의 우익수 플라이 때 조성환의 무리한 홈 대시, 4회말 1사 3루서 나온 전준우의 견제사 등이 분위기를 꺾었다. 만약 1회말 득점에 성공해 곧바로 추격했거나 4회말 동점에 성공했다면?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1승만 남겨뒀던 롯데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다. "상대가 뛰고, 우리가 에러 하면서 점수를 줬다"는 양 감독의 자책 섞인 지적을 롯데 선수단이 다시 마음에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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