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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승리 위한 몸부림…홈에서 붉은색 원정 유니폼 착용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홈 유니폼 고유색은 빨간색, 원정은 흰색이다. 빨간색은 강렬함의 상징이자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지난 2009년 독일 뮌스터대학의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42명의 태권도 주심에게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태권도 경기 영상을 보여줬다. 이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색을 바꿔 다시 경기를 보게 한 뒤 채점한 결과 같은 내용의 경기를 보고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에게 13% 정도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실력이 비슷할 경우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부분이 작용할 뿐 객관적인 연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강희호 출범 후 한국축구대표팀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네 차례 경기에서는 3승1무로 비교적 괜찮은 결과를 만들었다. 흰색 유니폼으로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스페인와 친선경기 1-4 패배가 포함된 결과다.

스페인전을 제외하면 최강희호가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만큼 '아시아의 호랑이', '붉은악마'로 대변되는 한국의 강렬한 이미지가 상대를 압박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붉은 효과'를 의식한 것일까. 이란이 17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서 홈 경기임에도 사상 최초로 빨간색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이란의 홈 유니폼은 흰색, 원정 유니폼이 빨간색이다. 흰색은 산뜻하지만 심리적으로 상대에 주는 위압감이 덜하다. 그래도 이란이 고유의 홈 유니폼 색상을 고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난 6월 홈에서 치러 0-0으로 비긴 카타르전에도 이란은 흰색 유니폼을 입었다.

홈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역대 한국과의 겨루기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고 홈에서 뛰는 것은 최초다.

당연히 우리가 빨간색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생각했던 대표팀 관계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이란과의 팀 매니저 미팅에서 우선권이 있는 홈팀 이란 측이 빨간색 유니폼을 입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유니폼 색 결정은 팀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감독의 선택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공교롭게도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붉은색'과 인연이 있다. '붉은악마'가 애칭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빨간색과 가까운 짙은 자주색 홈 유니폼을 착용하는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도 지냈다. 늘 정상을 맛보게 해준 붉은 기운의 유니폼을 이란 축구의 성지인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입고 한국 격파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를 전해들은 대한축구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은 "이란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게 아닌가 싶다. 홈 유니폼의 색상은 자국의 상징인데 원정 유니폼을 입겠다는 선택이 놀랍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케이로스가) 외국인 감독이다 보니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례적인 결정이다"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이뉴스24 테헤란(이란)=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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