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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승리 낙관한 삼성, SK '독기'에 물렸다


[김형태기자] 야구는 역시 몰랐다. 3차전이 열리기 전만 해도 한국시리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이 언제 축배를 터뜨리느냐에 쏠렸다. 그러나 SK는 모두가 끝났다고 할 때 따라붙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가장 절박할 때 힘을 내는 팀이 결국 웃게 돼 있다는 격언을 그대로 입증했다.

반대로 삼성은 3회초 6득점하며 6-1로 앞서 초반 승기를 잡은 뒤 타선과 마운드 모두 리듬이 깨지는 모습이었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3차전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결과는 그의 희망과 정반대였다.

◆3회초 삼성이 최형우의 스리런 홈런 등으로 6점을 뽑자 문학 경기장 분위기는 썰렁했다. 3루측 삼성 응원단을 제외하곤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러나 모두가 삼성의 낙승을 예상할 때 SK 선수들은 힘을 냈다. 3회말 최정, 박정권의 연속 적시타로 2점, 4회에는 박진만의 좌월 솔로홈런과 상대 실책 및 폭투로 2점을 따라붙었다. 5-7로 뒤진 6회에는 한꺼번에 6점을 올리며 다시 경기를 뒤집어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SK의 대역전 뒤에는 삼성의 어이없는 실책이 자리잡고 있었다. 6회말 박진만의 2루타와 임훈의 번트 안타로 조성된 무사 1,3루. 정근우의 중전안타로 6-7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계속된 1사 1, 3루에서 최정이 친 타구는 중전 안타성이었지만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2루쪽으로 다이빙하며 기막히게 잡았다. 김상수는 재빨리 일어나 2루를 터치하려 했지만 1루주자 박재상의 발이 빨랐다. 타자 주자 최정은 이미 1루 베이스에 근접한 상황. 김상수는 무리하게 공을 1루로 뿌렸고, 밸런스가 어긋난 상태에서 던진 공은 바운드되며 1루수 이승엽을 한참 지나 1루측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3루주자 임훈의 홈인에 이어 규정상 주자가 두 베이스씩 진루하면서 박재상까지 홈을 밟아 단번에 8-7 SK의 역전이 이뤄졌다. 이번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SK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었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김강민의 좌월 스리런홈런이 터지면서 승부는 SK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내내 철벽을 자랑하던 삼성 불펜과 수비가 한꺼번에 무너진 순간이었다.

◆SK의 무서운 추격전 뒤에는 삼성 선수들의 갑작스런 침묵이 자리하고 있었다. 0-1로 끌려가던 3회초 최형우의 3점홈런 등으로 대거 6점을 얻은 뒤 삼성은 투타가 모두 난조에 빠졌다. 마치 승리를 낙관이라도 한 듯 선수들의 플레이가 무기력했다. 선발 배영수가 3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뒤 등판한 차우찬, 심창민, 권혁이 모두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7-5로 앞선 6회말 등판한 리그 최상급 셋업맨 안지만은 1이닝 동안 홈런 포함 4실점하면서 덕아웃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렸다. 경기가 SK의 승리로 끝나면서 안지만은 패전의 덤터기를 섰다.

결국 9회말 3아웃이 결정될 때까지 야구는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삼성 선수단은 "시리즈가 길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조기에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초반 대량득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면서 이제는 쫓기는 처지로 변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첫 3연승한 팀이 우승을 놓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2연승 뒤 시리즈를 우승한 경우는 15번. 유일한 예외는 SK가 두산에 2연패한 뒤 4연승한 2007년이다. 여전히 삼성은 우승 가능성이 SK에 비해 훨씬 높다. 그러나 다 진 경기를 뒤집은 SK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29일 열릴 4차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시리즈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이뉴스24 인천=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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