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LG 시절 이야기를 계속하긴 좀 그렇죠…" 넥센 박병호에겐 친정팀 LG 트윈스가 각별하다.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게 됐지만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게 해준 팀이기도 하다. 또한 아내인 이지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LG 소속 선수였다.
박병호는 신인 시절 설레던 기대로 받았던, 그러나 아쉬움과 자책으로 남아있던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벗고 지난해 히어로즈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이적 후의 박병호는 2010년까지의 그가 아니었다.
넥센에 오자마자 홈런포를 쏘아올리기 시작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13홈런)을 날렸고 타율도 2할5푼4리를 기록했다. 그러자 LG 팬들이 뿔이 났다. 박병호를 내준 구단의 트레이드에 비난을 했다.
박병호도 "팬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는 한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세계는 냉정하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출전기회 그리고 홀가분함
박병호는 넥센에 온 뒤 부담을 벗어 던졌다. 트레이드가 야구인생 반전의 계기가 됐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다보니 야구가 잘되기 시작했다.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너는 무조건 뛴다. 그러니까 너무 잘해야 한다는 부담만 갖지 말고 마음대로 휘둘러라'고 했다. 아무래도 경기에 꾸준히 나가다보니까 성적도 올라갔다."
넥센에서 첫 시즌을 보낸 박병호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트레이드가 된 뒤 절박함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홀가분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내가 생각해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선수다. 그런데 팀에서는 아무래도 이적 후 첫 시즌이다보니 단점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더 편했다고 할까. 그리고 동료들의 도움이 정말 큰 힘이 됐다."
박병호는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타율 2할8푼과 70타점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런데 시즌 후 최종 받아든 성적은 타율 2할9푼, 105타점으로 개인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시즌 초반 목표를 너무 낮게 잡은 셈이다.
"홈런보다는 타점에 더 애착이 간다. 그래서 몇 개의 홈런을 치겠다고 얘기하기보다는 타점 개수를 정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넥센에 와서 홈런 숫자가 늘어났고 올 시즌에는 30홈런을 넘기기도 했지만 홈런은 구장 덕을 좀 본 게 아닌가 싶다."
▲홈런보다는 타점
박병호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던 LG에서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넥센으로 옮겼다. 구장 규모는 목동구장이 잠실구장과 견줘 작다. 그래서 박병호는 구장 덕을 봤다고 웃었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내가 노력을 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타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었다. 야구는 개인이 하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단체 운동이다."
박병호의 앞 뒤 타순에는 이택근, 강정호가 주로 나온다. 세 선수 모두 우타자이긴 하지만 상대 투수들이 쉽게 볼 중심타선이 아니다. 이택근과 강정호 모두 빠른 발 뿐만 아니라 펀치력도 갖고 있다. 강정호도 박병호와 함께 올 시즌 20홈런-20도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내년 목표를 지금부터 이야기하긴 좀 그렇지만 여전히 타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적어도 90타점 이상은 기록하고 싶다."
그는 스스로 장거리타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올 시즌 30홈런을 넘어서긴 했지만 홈런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LG에서 놓쳤던 기회를 넥센에서 잡은 셈인데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안된다. 내년시즌이 나 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거라고 본다.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정말 10월에도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함께 뛰고 싶다."
<③편에 계속…>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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